[횡설수설/박제균]‘핌피’ 부추긴 추다르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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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7월 5일 밤 서울의 한 식당. 집권당이던 민주당 의원들과 출입기자들의 술자리에서 사달이 났다. 한 여성 의원은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를 비판한 문인에 대해 ‘가당찮은 ×’이라는 험구를 쏟아냈다. 참석한 동아일보 기자에게는 자신의 인터뷰 기사가 그 문인 기사보다 작게 나간 것을 항의했다. 급기야 탁자를 내리치며 욕설까지 뱉었다. “사주(社主) 지시로 글 썼느냐. 이 사주 같은 ×, 비겁한 ×. 이 ××야.”

▷김 대통령 발탁으로 정계에 진출한 판사 출신 추미애 의원이다. 여성 최초로 직선 5선에 오른 그의 별명은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 2004년 총선 때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위기에 처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사죄의 ‘3보 1배’를 했으나 당을 구하진 못했다. 럭비공처럼 튀는 직정(直情)적 성격만 부각되곤 했다. 2009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으로 비정규직법 개정안의 상정조차 막아 원성을 사더니 그해 말엔 한나라당 상임위원들과 노동관계법을 통과시켜 출당(黜黨) 위기에 몰렸다.

▷더불어민주당 8·27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추 의원이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공약해 다시 구설에 올랐다. 27일 전주를 방문해 “당 대표가 되면 새만금 신공항을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당권 주자로 뛰는 전남 출신 송영길 의원에게 맞서 전북 표심에 구애하겠다는 계산이다. 전남 정치권은 반발했다. 운항 실적이 저조한 무안공항과 광주공항을 통합 재편해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동남권 신공항 건설로 영남이 둘로 쪼개졌다가 겨우 봉합된 게 엊그제다. 추 의원은 28일 “새만금 신공항 계획은 제가 선뜻 꺼낸 선심 제안이 아니라 이미 타당성 조사 중인 국책사업”이라고 해명했다. ‘타당성 조사’와 건설 약속은 다르다. 수익성 있는 사업을 자기 지역에 유치하겠다는 지역이기주의를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이라고 부른다. 핌피를 부추겨 물을 흐리는 건 늘 정치인들이다.
 
박제균 논설위원 phark@donga.com
#더불어민주당#추미애#새만금 신공항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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