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한 증거서류 들이밀자… 무너진 남상태 前대우조선 사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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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배임수재 등 혐의로 영장 청구
증거 인멸-조작 관여 정황 포착 “불안증세 보여 긴급 신병 확보”

검찰이 대우조선해양 수조 원대 분식회계 및 경영진 비리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66·사진)을 28일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달 8일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함께 수사에 착수한 지 20일 만이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날 배임수재 등 혐의로 남 전 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전날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던 남 전 사장은 중요 증거물을 제3의 장소에 은닉하고 관련자에게 허위 진술을 부탁하는 등 증거 인멸 정황 등이 추가로 포착돼 새벽에 긴급체포됐다.

검찰이 소환 당일 이 같은 초강수를 둔 것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서류 다수를 증거로 제시하자 남 전 사장이 급격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남 전 사장이 조사를 앞두고, 또 조사를 받으면서 심리적으로 불안한 행동을 보여 급하게 신병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이 증거 인멸이나 조작에 관여한 단서를 일찌감치 포착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선박 자재 회사의 지분을 비싸게 사들일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임원에게 전화해 말을 맞추려 한 정황도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의 손자회사인 부산국제물류(BIDC)에 외국인으로 가장해 지분을 투자한 사실을 숨기려고 그의 대학 동창이자 BIDC 대주주인 정준택 씨(65·구속)와 채권채무 관계가 있던 것처럼 허위로 차용증을 작성한 단서 등도 확보했다. 또 2007, 2008년 정 씨가 운영하는 휴맥스해운항공의 자회사 두 곳에 선박 블록 운송 독점권을 주고 정 씨의 해외법인으로 흘러간 이익금의 일부를 되돌려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수사 정점에 있는 남 전 사장의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특별수사단은 지난주 검사 2명과 수사관 10여 명을 추가로 투입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KDB산업은행이 부실을 눈감은 정황이나 회계법인의 부정 공모 등에서 나아가 정치권의 연임 로비나 비호 정황 등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06∼2012년 6년간 최고경영자를 지낸 남 전 사장은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연임에 성공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연루된 로비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신나리 기자
#남상태#대우조선#배임수재#영장#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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