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EU, 운명의 1주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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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 나선 EU “英, 빨리 떠나라” 캐머런 참석 28일 정상회의 주목
메르켈 “영국 없이도 견딜수 있다” 더많은 유럽 대신 단단한 유럽 촉구
스코틀랜드-런던 “英서 독립 추진”

유럽연합(EU)이 주요 회원국인 영국 탈퇴(브렉시트)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신속하게 체제 정비에 착수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통과 이후 EU 지도부와 주요국들은 영국에 대해 “10월까지 탈퇴 협상을 기다리지 말고 EU를 빨리 떠나라”고 촉구했다. EU 창설을 주도했던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6개국 외교장관들은 “브렉시트로 생긴 금융 혼란과 정치적 불안정이 장기화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도 “영국이 보수당 내 파벌 싸움에 유럽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난하며 조속히 떠나줄 것을 요구했다.

EU는 다음 달 1일까지 영국 없는 EU 체제를 조속히 안정시키기 위해 ‘운명의 1주일’ 동안 릴레이 회의를 연다. 가장 주목받는 회의는 28, 29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참석하는 EU 정상회의다. EU는 첫 탈퇴국인 영국에 대해 ‘본때’를 보이겠다며 벼르고 있다. 아울러 각국의 재량권을 확대하는 유연화 개혁을 통해 브렉시트가 방아쇠를 당긴 ‘이탈 도미노’를 사전에 차단하기로 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EU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강화뿐만 아니라 치안과 국방, 이민자들에 대한 국경 단속,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우리는 EU를 좀 더 공정하고 인간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 없이도 EU는 견딜 수 있다”며 EU가 외연을 확장하는 ‘더 많은 유럽’보다 개혁 조치를 동반한 ‘단단한 유럽’으로 향해 나아갈 뜻을 분명히 했다.

영국인들도 큰 충격에 휩싸였다.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재투표를 요구하는 의회 청원에 300만 명이 넘게 서명했다. 영국 하원은 10만 명 이상이 서명한 안건에 대해 논의 여부를 검토해야 하지만 캐머런 총리가 재투표는 없다고 못 박아 재투표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런던에서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 EU에 합류해야 한다’는 청원에 16만1200여 명이 서명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K 롤링은 “지금처럼 투표 결과를 되돌릴 마법을 원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슬로바키아의 극우 정당이 ‘슬렉시트’ 투표를 주창하고 나선 것을 비롯해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에서 분열 움직임이 거세다. 영국도 350년 만에 ‘리틀 잉글랜드’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EU에 남기 위한 즉각적인 협상 개시를 추구할 것이며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 재실시를 위한 조치도 취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기로 함에 따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영국이 주도했던 전후 세계 질서에 균열이 가고 ‘신(新)고립주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사설에서 “EU는 패배했다. 안으로 약해졌으며 밖으로도 쇠퇴하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논평했다.

런던=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브렉시트#eu#캐머런#정상회의#메르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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