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브렉시트 후폭풍에 정부는 대책없이 긴급회의뿐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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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 후폭풍으로 지난 주말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24일 아시아 증시에 이어 유럽과 미국 증시의 잇단 주가 폭락으로 이날 하루 세계 증시의 시가총액은 2조5465억 달러(약 3000조 원)나 줄었다. 주요 30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25일 국제결제은행(BIS) 정기총회에서 협조를 다짐하는 긴급 선언문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각국의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 환율전쟁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한국을 비롯해 오늘 열리는 글로벌 주식 및 외환시장에서 ‘블랙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의 충격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온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작년 10월 이후 주요 20개국(G20)이 145개 보호주의 무역조치를 내놓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호주의가 최고조로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영국의 EU 탈퇴 결정이 자유무역주의를 거부한 것은 아니지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기름을 부은 것만은 분명하다. 올해 미국 대선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도 세계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뚜렷하다. 수출 주도 경제성장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한국은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라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어제 긴급 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 “향후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해 적기에 과감한 시장안정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 주식 및 외환시장 불안이 커질 위험에 대비해 주식 공매도 금지 같은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추진하고 조선·해운산업의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안전성 평가)도 긴급히 다시 체크해야 한다. 장기 불황에 ‘브렉시트 악재’까지 겹친 만큼 추가경정예산의 조기 편성을 비롯한 경기부양책도 더는 미룰 수 없다.

24일 엔화가치가 급등하고 닛케이주가가 폭락하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즉각 관계 각료들을 불러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했지만 청와대는 이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16일 “우리나라는 영국과의 무역 금융 연계가 낮아 상대적으로 브렉시트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정부가 불안심리를 조장해선 안 되지만 지나치게 안이한 자세가 아닌지 아프게 자성해야 한다. 금융시장 후폭풍과 반(反)자유무역주의 확산에 대비해 정부는 획기적인 후속 대책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도 여야를 떠나 경제위기 극복에 관한 한 정부와 최대한 협력하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브렉시트#영국#긴급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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