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과학이 보이는 CSI]마약 복용했는지 머리카락을 보면 알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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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어느 날 신문에서 유명 연예인의 마약 복용 혐의 기사를 본 A 군은 어떻게 복용 사실을 알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되고 소변이나 대변으로 배설되는 것처럼 마약도 그렇게 우리 몸에서 빠져나가는지 궁금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찾아갔다.

국과수의 선생님은 “마약이나 약물도 음식과 같이 우리 몸에 들어가면 흡수가 된 다음 간과 신장을 걸쳐 소변을 통해 나오기 때문에 마약을 복용했는지는 소변 실험으로 알 수 있다”고 하셨다. 운동선수의 도핑 검사에도 소변이 쓰인다고 하셨다. 소변은 하루에 1500mL 정도 우리 몸에서 빠져나가는데 10mL 만 있으면 실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설명을 들으니 매일 화장실에 가서 배설하는 소변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들어 A 군은 침을 꿀꺽 삼켰다. 침 넘어가는 소리를 들으신 선생님은 웃으면서 “마약을 먹으면 침에서도 검출되고, 땀에서도 검출된다”고 하셨다. 또 침은 칫솔처럼 생긴 도구로 채취하고, 땀은 파스처럼 몸에 붙이는 도구를 이용해 채취할 수 있다고 말해 주셨다.

A 군이 대변에서도 마약이 검출되느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선생님은 “마약의 종류나 먹은 양에 따라서 대변으로 배설되는 것도 있지만 일정하지 않아 대변은 마약 검사의 시료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하셨다. 이어 “소변, 혈액, 땀, 타액 등 대부분의 경우 마약을 먹은 지 며칠만 지나도 검출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국과수에서는 마약 복용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판정할 수 있는 방법을 머리카락에서 찾았다고 한다.

선생님은 머리카락을 직접 하나 뽑아 보여 주시면서 살이 묻어 있는 부분은 모근이라고 하고, 두피 밖으로 나오는 부분을 모간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혈액에 흡수된 마약은 모근 조직으로 들어가고, 세포의 성장에 맞추어 2∼5일이 지나면 모근이 모간으로 변하면서 마약이 머리카락에 남아 있게 되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 다음은 머리카락이 자라는 속도에 따라 마약이 이동한다고 하셨다. 갑자기 선생님은 A 군에게 한 달에 머리카락이 얼마나 자라는지 알아맞혀 보라고 하셨다. A 군이 잘 모르겠다며 머리를 긁적이니까 선생님은 “나이, 성별, 인종, 영양 상태 및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한 달에 0.9∼1.3cm 자란다”고 말하셨다. 만약 어떤 사람이 3개월 전에 마약을 복용했다면 모근으로부터 약 3cm 떨어진 위치에 마약 성분이 남아 있게 되어 언제 마약을 먹었는지도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A 군은 참고 있던 질문을 하나 했다. 머리카락을 뽑으면 엄청 따가울 텐데 어떻게 머리카락을 채취하는지 여쭈어 보았다. 그러자 선생님은 마약 검사를 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채취할 때 뽑지는 않고, 정수리 아래 뒤통수 부분에서 머리카락을 자른다고 하셨다. 선생님 설명에 의하면 현재는 머리카락 마약 검사가 일반화되어 소변 검사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2012년 국과수에서 소변 검사는 2600건 진행했는데 머리카락 검사는 4100건을 할 정도로 많았다는 것이다. 머리카락에 있는 마약의 양은 아주 적기 때문에 이를 검출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과수는 이 기술을 1993년부터 갖고 있었고, 지금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이 기술을 가르쳐 주고 있다고 하셨다.

○ 머리카락은 얼마나 중요할까요?


머리카락은 생체에서 배출되는 물질을 축적하기 때문에 마약 검사 외에도 과학수사의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시료로 이용됩니다. 평균적으로 약 10만 개의 머리카락 중 하루에 50∼60개가 빠지기 때문에 범죄 현장에는 범인의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담배꽁초 등과 함께 범인을 찾는 가장 큰 실마리가 되죠. 유전자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현장에 떨어진 머리카락과 용의자의 머리카락을 형태학적으로 비교하고, 혈액형을 판정해 범인을 찾았지만 지금은 모근이 있으면 핵 유전자 분석으로 쉽게 유전자형을 얻을 수 있어 정확하게 범인을 찾습니다. 모근이 없어도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어머니 쪽을 찾아 범인을 추적할 수 있고요. 머리카락을 눈으로 보면 특징이 없어 보이지만 현미경을 통해 확대해 보면 여러 가지 특징을 알 수 있죠. 머리카락 겉면에서는 비늘 모양의 무늬가 관찰되는데 이 무늬는 사람과 동물이 달라서 동물의 털인지 사람의 머리카락인지를 확인하는 데 쓰입니다.

또한 머리카락 속에 함유된 중금속을 분석해 범인이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 사는 곳이 어디인지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고, 채식주의자인지까지도 알아낼 수 있답니다. 나폴레옹의 죽음이 비소와 관련되었다는 의혹을 증명하기 위해 나폴레옹의 머리카락에서 비소 검출을 시도했다는 역사적인 기록도 있습니다.
 
정희선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 원장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마약#복용#머리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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