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허물기 나선 北… 어게인 2013 ?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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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용, 대표단 이끌고 전격 訪中

北 이수용 베이징 도착… 中 대외연락부장 만나 북한 이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31일 중국 베이징에서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대북 제재가
 시작된 지 90여 일이 되는 시점에 북한이 중국의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홈페이지 캡처
北 이수용 베이징 도착… 中 대외연락부장 만나 북한 이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31일 중국 베이징에서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대북 제재가 시작된 지 90여 일이 되는 시점에 북한이 중국의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홈페이지 캡처
북한 노동당 정치국 위원이자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정무국 소속)인 이수용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은 3년 전 최룡해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정치국 상무위원)의 중국 방문과 묘하게 닮았다. 정부 소식통은 31일 “김정은이 중국의 등을 타고 제재를 약화시킴으로써 국면을 전환하고 고립 위기를 탈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1일 한미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일본 도쿄(東京)에서 회동하는 시점에 북-중 관계 개선을 통해 북-중 대 한미일 구도를 만들어 대북 제재 전선에 균열을 내려는 ‘포위 탈출 외교’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를 통과시키자 같은 해 5월 중국을 찾은 최룡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북핵 6자회담 등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원한다”고 밝혔다. 최룡해가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중국은 대북 제재를 완화했다. 유엔 대북 제재에 구멍이 뚫리면서 제재는 흐지부지됐다. 이수용의 이번 방중도 4차 핵실험에 따라 3월 3일 채택된 안보리의 제재 결의 2270호 90일(2일)을 이틀 앞둔 시점인 만큼 ‘어게인 2013’을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표면적으로는 지난달 초 개최한 7차 당 대회 결과를 설명하고 당(黨) 대 당 교류라는 전통적인 북-중 관계 복원을 시도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9일 시 주석이 김정은의 노동당 위원장 추대를 축하하는 축전을 보냈고, 이수용 방중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북한 매체들이 북-중 친선농구대회에 참가한 김정은이 “북-중 간 두터운 친선”을 언급했다고 보도한 점도 주목된다. 이미 북-중 간에 관계 개선을 위한 물밑 접촉이 최소 한 달간 이뤄졌다는 뜻이다.

이수용이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시 주석을 면담해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할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31일 외신 기자들을 만나 ‘김정은 방중 문제도 고위급 접촉 의제냐’는 질문에 “양측이 고위급 교류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방중 대표단의 수는 40여 명으로 중국에는 2박 3일간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수용이 시 주석을 1일에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수용이 2013년의 최룡해처럼 대화 재개 의사를 밝힌다면 중국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비핵화를 거론하지 않되 대화를 통해 핵실험, 핵개발을 더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포기할 가능성이 적고 중국이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의미 있는 북-중 조율이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는 2월 개성공단 중단 등 대북 제재를 시작하면서 한국 정부는 대북 제재 3개월 뒤 제재가 흐지부지돼 온 ‘망각의 3개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3개월을 앞둔 시점에 나온 북한의 전방위 공세에 맞서는 정부의 북핵 외교도 시험대에 올랐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북한#노동당#이수용#중국#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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