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멀미’ 해운-조선 구조조정 한숨 돌리자 ‘鐵의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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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 몸살 앓는 철강업계

철강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에 시달리면서 한국 철강업체들도 설비와 생산량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시급히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세계 조강(쇳물) 생산량 포스코 4위, 현대제철 13위.

31일 세계철강협회(WSA)가 발표한 지난해 세계 조강 생산량 순위에서 포스코가 4198만 t의 조강을 생산해 2014년 5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현대제철도 2048t으로 순위가 한 계단 오르며 1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 철강업체들의 속내는 타들어만 가고 있다. 중국발(發) 철강 과잉 공급으로 세계 철강업계가 심각한 몸살을 앓으면서 한국 업체들도 불똥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6일 한국산 철강 제품에 최대 47.8%의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 미국이 ‘철강 전쟁’ 속에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강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 포스코, 동국제강 등은 당장 7월부터 ‘관세 폭탄’을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달 30일 산업부와 철강협회 관계자, 포스코 등 주요 철강업체 관계자들이 정부세종청사에 모여 긴급회의를 했지만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조선업 구조조정도 철강업계에 ‘악재’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선박 건조가 줄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이 생산하고 있는 후판 수요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조선업은 국내 철강 수요의 21%를 소화하고 있는데, 후판의 경우 조선업체들이 국내 수요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후판 생산량은 포스코 500만 t, 현대제철 260만 t, 동국제강 150만 t. 최근 수요 감소에 맞춰 생산량을 줄여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서로 경쟁하고 있는 만큼 생산 물량을 선제적으로 대폭 줄일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해 말 철강 분야에서 구조조정이 가장 시급한 곳으로 지목한 합금철 생산업체들도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합금철 업계 1위인 동부메탈은 한때 50만 t에 달했던 생산물량을 30만 t으로 줄였지만 결국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내몰렸다. 합금철은 철강 제련 과정에서 산소·유황 같은 불순물을 제거하거나 철의 강도를 조정할 때 쓰이는 부재료로 주로 중견, 중소 철강업체들이 생산하고 있다.

○ “자율 구조조정만으론 한계”

정부는 조선, 해운업과 달리 철강업계에 대해서는 ‘자율 구조조정’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에 맞춰 철강협회는 지난달 외국계 컨설팅 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구조조정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철강업체들은 품목별 공급 과잉 결과에 따라 8월 시행 예정인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을 적용해 자체적으로 사업 개편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이미 지난해 7월 경영쇄신안을 발표하고 포스코특수강을 세아베스틸에 매각하는 등 계열사 및 자산 구조조정 52건을 실시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올해 안에 추가로 구조조정 48건을 진행해 4조 원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도 포항공장 철근 생산라인과 인천공장 주단강 생산설비를 폐쇄하며 자동차용 강판 등 수익성이 높은 분야로 사업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형 철강업체들의 구조조정은 비주력 계열사 정리와 자산 매각 수준이어서 과잉 공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철강업체들의 1분기(1∼3월) 실적도 다소 개선되면서 자율 구조조정 속도도 더뎌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자율 구조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 차원의 최적화가 산업 전체의 최적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며 “철강업체들이 위기의식을 공유하도록 정부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철강업계 전문가는 “특화 품목별로 시장을 분할해 과잉 공급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개별 기업에만 맡기다가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해운#조선#구조조정#철강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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