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반기문 대망론’ 띄우고 야권은 ‘친박 프레임’ 씌워 견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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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반기문, 대선출마 시사]
민병두 “친박 대통령후보로 내정”… “총장 퇴임후 공직 바람직 안해”
박원순도 유엔결의문 인용하며 비판

내년 대선 도전 가능성을 시사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야권은 ‘친박(친박근혜)’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총선에서 확인된 친박계에 대한 곱지 않은 여론을 활용해 반 총장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반기문 대망론’으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반 총장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새누리 친박 대통령 후보로 ‘내정’돼 있다”며 “킹메이커로서의 당권은 (친박 좌장) 최경환 의원이 맡고, 차기 대통령은 반 총장이 맡는 구도”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한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해 “친박들이 (반 총장을) 굉장히 대통령 후보로 모시려 할 것이고 (반 총장) 본인도 권력욕이 강한 분”이라고 했다.

반 총장에 대한 ‘친박’ 프레임 씌우기는 자칫 직접적인 반 총장 ‘때리기’가 불러올 수 있는 역풍을 피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아직 대권 도전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그가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데다 상당수 국민에겐 자부심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비판도 아직은 우회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1946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문을 인용하며 반 총장의 대선 출마를 에둘러 비판했다. 결의문은 ‘사무총장 퇴임 직후 회원국이 어떠한 정부직도 제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시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여러 국가의 비밀 정보를 많이 알게 되는데 특정 국가 공직자가 되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으니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결의문”이라며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만 했다.

반면 총선 참패로 마땅한 대권 주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반 총장에게 잔뜩 기대를 거는 표정이다. 제주포럼에 참석한 홍문표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우리 당이 처해 있는 상황으로 볼 때 반 총장이 새누리당에 혹시라도 온다면 엄청난 파워가 생기는 것이고 국가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며 “반 총장이 오면 기존 주자들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당) 2·8전당대회를 앞두고 문재인 당시 대표 측이 반 총장 영입에 부정적이었다는 뒷얘기도 공개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시 당권과 대권 분리를 제안하자 문 전 대표 측 인사가 ‘만일 박지원이 당 대표가 되면 반 총장을 데려다가 (대선) 경선을 시킬 텐데 그러면 우리가 위험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인사가 누군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홍수영 기자
#반기문#유엔결의문#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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