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혁신 없는 야합으론 ‘반기문 대망론’도 헛꿈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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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그제 김무성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을 함께 만나 계파 해체 선언 등 당 정상화 방안에 합의한 것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3김 시대 같은 밀실 야합” “계파 수장들과 계파 청산을 도모한다는 것은 모순” “총선 참패 책임자들에게 셀프 면죄부를 줬다” 같은 비난이 쏟아졌다. 김 전 대표는 “합의가 아니고 직전 당 대표로서 자문에 응했을 뿐”이라고 서둘러 한발 빼는 ‘36시간의 법칙’까지 보였다.

일리 있는 비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이 대립하고 정 원내대표는 ‘낀박’ 신세인 판에 계파 수장급의 결단 없는 수습은 불가능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만남의 형식이 아니라 혁신의 내용이다. 혁신 비대위를 이끌 외부 인사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처럼 강단과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데려올 수 있는지가 첫째 과제다. 혁신 비대위는 전당대회 준비 역할을 넘어 국민의 공감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획기적 쇄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실질적 계파 해체를 이뤄내는 것도 큰 과제다.

친박이 대선후보감으로 띄우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어제 제주에 도착해 5박 6일간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일정에 들어갔다. 4·13총선 참패로 여권 대선주자군이 지리멸렬한 데다 정계 개편론까지 나오면서 반 총장의 대선 출마를 의미하는 ‘반기문 대망론’이 여권에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여론조사 1, 2위를 지키고 있는 반 총장이라도 업지 않고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 위기감 때문인지 충청권 정 원내대표 등 여권 인사들이 대거 제주까지 출동했다.

그동안 대선 출마에 대해 확언도, 부인도 않던 반 총장은 어제 관훈포럼 초청 토론회에서 “내년 1월 1일이 되면 이제 한국 사람이 되니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결심하고, 필요하면 여러분에게 조언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했으니 (국민의) 기대가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두겠다”는 말은 대선 출마 시사로 들린다.

여권에선 환호성이 나오겠지만 반기문 대망론도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높을 때나 실현 가능하다. 계파 갈등을 청산하지 못하고 쇄신에 실패해 국민에게 희망을 못 준다고 낙인찍힌다면 반 총장이 손잡을 까닭도 없고, 손잡은들 국민이 찍어줄 리 없다. 과거 박찬종 정몽준 고건 씨도 한때 여론의 지지가 높다고 계속 유지되지는 않았다. 새누리당이 스스로 국민에게 정권 재창출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반기문 대망론은 한갓 헛꿈에 불과할 것이다.
#새누리당#정진석#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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