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학 무역보험공사 사장 “성과연봉제, 해고용이라는 오해 먼저 풀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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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본사 사옥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사장은 “앞으로 수출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본사 사옥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사장은 “앞으로 수출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일 못하는 직원을 내쫓으려고 성과연봉제 도입하려는 게 아니다. 일한 만큼 보상받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경쟁 제도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달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의 김영학 사장(60)은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공공개혁의 일환으로 정부가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공공부문 노조 등은 ‘부당해고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성과연봉제를 둘러싸고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지는 가운데 무보는 이례적으로 노사 합의를 통해 원만한 도입을 이끌어내 주목을 받았다. 행정고시(24회) 합격 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까지 지낸 관료 출신이지만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로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과연봉제 조기 도입에 성공했다.

“노조 투표에서 72% 찬성으로 통과됐다. 일부 공공기관에서 98% 반대가 나오고 사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진통이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우리 직원들이 성과연봉제의 취지를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성과연봉제가 건전한 경쟁을 통해 회사와 공공부문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직원들이 쉽게 마음을 열었나.

“2014년 12월 처음 왔을 때 낙하산 사장 인정 못 하겠다는 직원들의 농성에 취임식도 못 하고 임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2개월을 보내다 이렇게 지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일 끝나고 만나자면 퇴근이 늦어질 테니 아예 오후 4시에 맥줏집에서 직원들과 자리를 마련했다. 아내와 운전하다 다툰 일부터 꺼내 놓으며 일부러 망가졌다. 그제야 직원들이 마음을 열었다. 소통 없이는 그 어떤 개혁도 시작할 수 없다. 노사 간의 믿음이 무엇보다 큰 힘이 됐다.”

―성과연봉제의 핵심은 평가시스템인데….

“평가체계의 변경은 직원들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다. 자칫 ‘사장이 입맛대로 직원들을 다루려는 수단’으로 오해할 수 있다. 무보는 평가체계를 만드는 작업에 과감히 노조를 참여시켰다. 컨설팅회사가 설계한 안을 토대로 직원들이 직접 보완책을 만들면서 다듬었다. 무엇보다 직원들 사이에 ‘경쟁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자’는 분위기가 퍼졌다. 경쟁이 없으면 조직은 물론 개인 하나하나가 퇴보할 것이라는 지적을 지난 2년 내내 귀가 따갑게 했다. 공직생활 30년을 통해 체득한 경험이다. 행정고시에 처음 합격했을 때 비슷했던 동기들이 얼마나 조직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느냐에 따라 지위와 역량이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지더라.”
―이란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올 들어서만 이란을 세 차례 방문했다. 인구 8000만 명의 매력적인 거대 시장이지만 그만큼 달려드는 나라가 많다. 박근혜 대통령 방문을 통해 50억 유로(약 6조5940억 원) 규모의 금융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국 기업이 이란에서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다. 중동발 수주 절벽을 극복하기 위한 ‘선(先)금융, 후(後)수출’ 전략의 일환이다.”

―수출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데….

“수십 년간 한국 수출이 거침없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변화를 모색할 계기를 찾지 못한 측면이 있다. 조선,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등 다들 알아서 워낙 잘하다 보니 현실에 안주했고, 지금 벽에 부딪힌 것이다. 장기적으로 수출처를 다변화하고 대기업 위주의 수출전략을 중소기업 쪽으로 돌려야 위기에 취약한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향후 무역보험공사의 운용 방향은….

“앞으로 무보는 수출의 뿌리 역할을 하는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에 나서겠다. 중소기업은 무역보험의 소명이자 수출한국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보의 ‘수출안전망보험’이 중소기업들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수출 실적 10만 달러(약 1억1830만 원) 이하의 수출 초보 기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비용 없이 연 2만 달러까지 미회수 대금을 보상해 준다. 무보에는 당장 손해가 날 수 있지만 한국 수출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큰 의미가 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무역보험공사#성과연봉제#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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