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의 화웨이?… ‘특허 공룡’의 역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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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상대 특허소송
가격 무기로 저가시장 공략 탈피… R&D 인력 8만명 기술개발 전력
휴대전화 등 한국과 본격 경쟁 예고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 달라진 중국 기업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가격 경쟁력으로 무장한 저가 제품 위주로 밀어붙이는 중국 기업의 전략은 이제 옛말이 됐다는 뜻이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서버 및 클라우드 △휴대전화 및 PC 등 통신 관련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1년 매출만 608억 달러(약 71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구개발(R&D) 관련 인력이 전체 직원의 45%인 7만9000명이다. 지난해 R&D 투자비용만 전체 매출의 15.1%인 91억8000만 달러(약 10조9242억 원)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화웨이는 ‘싼 가격’을 경쟁 요소로 삼는 샤오미, 원플러스 등과는 다른 전략을 펴고 있다. 화웨이가 올해 1월 공개한 ‘화웨이 메이트 8(Huawei Mate 8)’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분류된다. 지난해에는 구글과 파트너십을 맺고 제작한 ‘넥서스6P’도 높은 사양으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또 지난달에는 가상현실 헤드셋 ‘화웨이 VR’도 공개하며 삼성전자의 기어VR와도 본격 경쟁을 예고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화웨이는 거의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하며 불과 30년 사이 글로벌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로 자리매김한 기업”이라며 “막대한 R&D 투자와 해외 우수 인적자원 영입을 통해 성장한 제2, 제3의 화웨이가 나와 한국 기업을 위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중국은 통신시장뿐 아니라 3D프린팅,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꼽히는 영역에서 특허출원 선두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화웨이가 미국 법원에 제출한 총 47쪽 분량의 소장을 살펴보면 화웨이는 삼성이 총 12가지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로 롱텀에볼루션(LTE)를 비롯한 통신 장비에 핵심적으로 적용되는 기술들이다. 화웨이 측은 소장에서 “삼성전자 갤럭시S2 모델부터 올해 3월 판매를 시작한 갤럭시S7까지 삼성 스마트폰 거의 전 모델이 화웨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또 2013년 7월 삼성에 특허 침해 사실을 통보했지만 삼성 측이 성실하게 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아 소송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성명서를 통해서는 “스마트폰 산업을 함께 이끌어 나가기 위해 협력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혀 복합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손해배상을 통해 삼성을 압박하면서도 기술적인 협력에 대한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삼성이 보유한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소송 제기라는 우회전술을 썼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짝퉁#화웨이#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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