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잡고 투자 조언… ‘팔방미인’ 빅데이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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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정부, 새 서비스 잇달아

#1. 25일 오후 직장인 박모 씨(31)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신한카드 샐리(Sally) 회원님에게’라는 글로 시작한 메시지에는 편의점에 가면 어떤 과자들을 얼마나 할인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몇 시간 후 편의점을 찾은 그는 문자메시지에 안내된 3000원짜리 과자를 샀다. 신한카드로 결제를 하니 실제로 과자값이 500원 할인됐다. 박 씨는 “내가 평소 편의점을 자주 가는 걸 카드사가 알고 종종 이런 메시지를 보내준다”며 “카드로 결제만 하면 대부분 쿠폰을 제시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할인돼 편하다”고 말했다. 샐리는 신한카드에서 고객의 이용 내역을 분석해 제공하는 ‘빅데이터 할인 쿠폰’ 서비스다.

#2. 작은 식당을 창업하는 게 꿈인 이모 씨(38)는 요즘 서울시의 ‘우리 마을 가게 상권 분석 서비스’(golmok.seoul.go.kr)를 자주 찾는다. 업종 중 ‘한식음식점’을 선택하고 지역을 고르면 해당 지역의 상권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무료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씨가 집에서 가까운 ‘노원구’ 중 ‘동일로 242길 골목상권’을 고르자 ‘점포 수 42개, 점포당 평균 매출액 7665만8000원’이 표시됐다. 카드사들의 결제 데이터를 통해 계산한 추정치다. 이 씨는 “자료를 보면 나중에 어떤 지역에서 식당을 열면 좋을지 대략 감은 잡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빅데이터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이를 이용하려는 금융권과 정부·지자체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우리 마을 가게 상권 분석 서비스’를 운영 중인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고 홈페이지에 머무는 시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실제 창업 컨설팅을 하고 있는 신용보증재단 등에 업무를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에 참고할 수 있는 빅데이터 지표도 곧 나올 조짐이다. BC카드는 자체 보유하고 있는 매출 데이터에 코스콤의 국내 자본시장 데이터를 결합하면 해당 업종의 매출을 추정해 주가 흐름을 전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서비스도 본격화된다. 올해 1월 출범한 한국신용정보원은 25일 보험사 등 금융권에 적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 업무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내년 상반기(1∼6월) 중에 클릭 한 번으로 자신이 가입한 모든 보험의 세부 보장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 ‘보험다보여’가 선보인다. 그동안 보장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가입자들이 각 보험사에 일일이 문의해야 했던 불편함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가입자들은 보험다보여를 통해 본인의 가입 상품뿐 아니라 비슷한 연령대가 가입한 상품의 보장 수준도 비교할 수 있게 된다.

보험 가입 정보를 토대로 보험 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보험사기다잡아’도 내년부터 가동된다. 모든 보험사의 상품 가입 내역을 통합 조회해 중복 가입 등 이상 징후가 관찰되면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보험사들이 각자 보유한 정보만 분석할 수 있어 보험 사기 예방에 한계가 있었다. 또 7월부터는 대출 및 연체 종류별 추이, 소액 연체자 특성 등과 관련한 빅데이터가 분석돼 핀테크 기업이나 금융회사들에 제공된다.

하루 2100만 건에 이르는 교통카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시스템도 구축된다. 국토교통부는 ‘교통카드 빅데이터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을 내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교통카드 빅데이터에는 교통수단, 승하차 시간, 노선 및 정류장, 환승 여부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 이를 분석하면 보다 정밀한 교통 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민간에도 관련 데이터를 제공할 계획이어서 부동산, 통신, 재해·재난, 기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들 자료가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업계와 학계, 법조계 등 민간 전문가들과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빅데이터는 정보통신기술 시대의 ‘원유(原油)’라고 불린다”며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면 우리 금융산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정임수·김재영 기자
#보험사기#빅데이터#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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