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6월 발표… 여권 지각변동 뇌관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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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vs 밀양’ 정치권까지 뒤얽혀… 탈락 후폭풍 거셀듯… 영남권 신공항 6월 결정

《 영남권 신공항 건설 후보지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경합 중인 가운데 한 달여 뒤 정부가 공항 예정지를 발표한다. 1992년 처음 신공항이 거론된 지 24년 만, 2011년 사업비 문제 등으로 백지화한 지 5년 만이다. 입지 발표를 앞두고 밀양을 지지하는 대구 경북 울산 경남과 가덕도를 밀고 있는 부산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시장직을 걸었고, 다른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부산이 ‘경쟁 자제’ 약속을 어겼다며 공개 경고를 보냈다. 이번 발표가 지역 갈등을 넘어 여권의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약 한 달 뒤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와 후보지가 발표된다. 부산 가덕도(맨위쪽 사진·조감도)와 경남 밀양(맨아래쪽 사진·조감도) 중 어느 곳이 결정돼도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부산시·경남도 제공
약 한 달 뒤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와 후보지가 발표된다. 부산 가덕도(맨위쪽 사진·조감도)와 경남 밀양(맨아래쪽 사진·조감도) 중 어느 곳이 결정돼도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부산시·경남도 제공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와 예정지 발표가 임박하면서 영남권은 일촉즉발의 분위기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정치적인 이유나 정치세력에 의해 국가 백년대계가 잘못 결정된다면 승복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기현 울산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부산이 합의를 깨고 조직적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양측의 공방과 지역사회 여론전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밀양과 가덕도 중 탈락한 지역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 결과 상관없이 ‘메가톤급’ 후폭풍 예상

지난해 1월 영남권 시도지사 5명은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실시에 합의했다. 동시에 유치경쟁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발표 시점이 다가오자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대구 경북 울산 경남의 단체장 4명은 17일 후보지인 밀양에서 모임을 갖고 부산의 ‘합의 파기’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유치 활동 중단을 부산에 요구하고 지역 갈등 방지를 정부에 요구했다.

4개 지역 중에서 특히 대구의 분위기가 격앙돼 있다. 부산이 정치 논리를 앞세워 신공항을 유치하려 한다는 것이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된 남부권(영남권)신공항추진위원회도 최근 성명을 통해 △지역 갈등을 부추기고 정치 쟁점화하는 부산의 유치 경쟁 중단 △합의사항을 파기한 부산시에 정부의 자제 요청 등을 촉구했다. 한 추진위원은 “상황이 불리해지면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부산의 행태가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1995년 대구가 조성하려던 위천산업단지가 상수원 오염을 우려한 부산 등의 반발로 무산된 사례까지 거론하고 있다. 권 시장은 “밀양 회의는 합의를 깨는 부산의 돌출행동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5년 전 지역 간 갈등으로 신공항이 무산된 뼈아픈 경험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홍 지사는 평소 “물구덩이(가덕도)에 공항을 건립하는 것보다 맨땅(밀양)이 낫다”고 말하곤 했다.

부산도 물러서지 않는 모양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는 최근 성명에서 “총선 때 조원진 의원(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선물 보따리’ 운운하며 먼저 합의를 깼다”고 반박했다. 서 시장도 “평가항목과 평가기준이 합리적으로 결정돼 누가 봐도 납득이 될 수 있도록 결정돼야 한다”며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가덕도가 탈락하면 시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이미 공언했다. 신공항이 밀양으로 결정되면 김해공항 폐쇄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부산 지역 여권에서는 “신공항마저 놓치면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지역의 한 여권 인사는 “신공항 추진은 부산이 먼저 했다. 그 절박성의 문제는 대구 경북의 정서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심상찮게 진행되자 서 시장은 최근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전제로 사업비를 대구 경북 등 다른 지역에 분산 투자하는 상생안까지 제안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신공항 발표가 4·13총선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여권의 분열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신공항이 TK(대구 경북)와 부산의 ‘결별’을 초래하고 이 파장이 중앙 정치권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신공항은 단순히 지역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으로 여권 정계 개편의 시발점이 될 수밖에 없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정치’에 오락가락한 신공항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은 1992년 부산시 도시기본계획에서 처음 거론됐다. 2002년 4월 중국 민항기가 김해공항 북측 돗대산에 추락한 사고를 계기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이어 2006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검토를 지시했다. 2007년 9월 부산 대구 경북 울산 경남 등 5개 시도지사가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위한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후보지가 밀양과 가덕도로 나뉘며 갈등이 시작됐다. 유치경쟁이 과열되자 2011년 3월 정부는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재추진이 시도됐고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가 신공항 건설을 약속했다. 정부는 이 문제를 국정과제에 반영시켰고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및 한국교통연구원(KOTI) 컨소시엄과 계약을 체결했다.

정부는 다음 달 25일 전후로 컨소시엄이 수행 중인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를 발표한다. 이달 25∼27일에는 밀양과 가덕도를 각각 지지하는 전문가와 중립적 입장을 지닌 수도권공항전문가 자문회의를 열 계획이다. 이 회의에서 평가항목과 가중치, 배점기준 등을 결정한 뒤 최종 후보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용역 결과가 나오면 입지평가위원회 등 별도의 검토 없이 6월 말까지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며 “만약 신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는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 대구=이권효 기자 / 김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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