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오리감자’ 특허취득 개발자, 길거리 유사품 막지 않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6일 16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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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짜리 나무꼬치에 꽂힌 회오리감자는 서울 중구 명동의 명물이다.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회오리감자는 이제 전국 유원지, 심지어 길거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간식거리가 됐다. 농업회사법인 회오리의 정은숙 대표(43·여)가 이 회오리감자를 처음 개발한 주인공이다. 이 법인은 작년에 회오리감자로만 5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2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정 대표를 ‘이달의 6차 산업인’으로 선정했다.

이 법인은 회오리감자 제조법, 디자인, 생산기계제조법 등 5개의 특허를 갖고 있다. 회오리감자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셈이지만 길거리 상인들이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을 막지는 않는다. 정 대표의 목표는 국내가 아니라 해외 시장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은행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평범한 행원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식품회사로 자리를 옮겼다가 호텔레스토랑에서 일했던 지인 2명과 함께 2006년 감자 사업에 뛰어들었다.

●버려지는 작은 감자를 최고 간식으로

정 대표의 고향인 충북 옥천군에서는 감자가 많이 난다. 큰 감자는 상품(上品)으로 대접받는 반면 작은 감자는 천덕꾸러기처럼 창고 한 쪽에 처박혔다. 가공식품에 쓰이는 감자의 대부분이 수입산이라는 점을 알고 있던 정 대표는 작은 국산감자를 어디에 쓸지 고민했다.

고심 끝에 곶감을 만들 때 감 껍질을 깎는 기계가 떠올랐다. 감의 중앙부에 기계의 심을 박고 칼날을 돌리면 일정한 너비로 껍질이 깎이는 기계였다. 그 기계를 활용하기로 했다. “둥글둥글하게 이어진 감 껍질처럼 감자를 깎아보자고 생각했어요. 재밌는 모양이 될 거라고 확신했죠.”

셀 수 없이 감자를 깎은 결과 먹기 좋고, 가공하기에도 편한 두께는 2.8㎜라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두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어려웠다. 원하는 기계를 완성하기까지 2년이 더 걸렸다.

두께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이번에는 갈색으로 변하는 감자 색깔이 발목을 잡았다. 물에 담가보고, 튀겨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추운 겨울에는 감자를 다 깎기 전에 벌써 색이 변했다. 맛을 더하려고 일반 가공용 감자보다 당분이 10배 많은 수미 감자를 쓴 탓도 컸다. 당분 때문에 색이 더 쉽게 변했던 것이다.

감자에 묻히는 튀김옷에 승부를 걸어 보기로 했다. 노란색 염색을 할 때 쓰는 치자를 활용했다. 밀가루에 치자를 섞어 개발한 가루에는 ‘베타믹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베타믹스를 사용해 튀긴 감자가 모양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데 다시 2년이 소요됐다. 회오리감자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이렇게 4년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회오리감자로 해외 진출할 것”

모든 준비가 끝나자 컨테이너에 사무실을 차렸다. 사업자금은 많이 부족했다. 돈은 200만 원 뿐이었다. 오랫동안 직장생활하면서 모아뒀던 돈은 사업을 시작할 무렵 사기를 당해 날렸다. 직원 월급을 주기 위해 대부업체를 전전해야 했다.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2013년 정식으로 회사를 출범시켰다. 바로 그 해, 법인은 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급속한 성장세를 보였고 지난해엔 5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992㎡(300평) 규모의 공장 외에 추가로 2645㎡(800평) 규모의 더 큰 공장을 지었다. 직원 수도 어느 덧 39명에 이르렀다.

공장에 설치된 자동화기기는 모두 정 대표가 직접 개발한 것이다. 깨끗하게 씻은 감자를 절단기에 넣으면 2.8㎜의 얇고 일정한 두께로 잘려 컨베이어 벨트에 놓인다. 30㎝ 남짓 되는 나무꼬치를 감자 가운데에 꽂은 후 당기면 회오리 모양의 감자 꼬치가 된다. 벨트를 타고 이동한 꼬치에 베타믹스를 묻히고 튀겨낸다. 마지막으로 영하 45도에서 급속 냉동하고 포장하면 제품이 완성된다. 이 제품은 전국 60개 대리점으로 하루 안에 배송된다.

공장에서 쓰는 감자 1000t의 일부는 직접 재배하고 일부는 농협과 계약해 키운다. 충남 부여와 공주, 전북 익산과 경북 상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재배한다. 혹시 모를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법인은 최근 떡이나 소시지를 넣은 회오리감자를 새로 개발했다. 올해 안에 해외에 진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미 3월에 일본, 4월에 호주에서 회오리감자 사업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다녀갔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도 입소문이 났다. 정 대표는 “회오리감자 생산을 현지화하고 로열티를 받는 농업법인이 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옥천=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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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회사법인 회오리의 정은숙 대표.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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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오리감자 제품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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