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공화당후보 트럼프 주장이 미국의 본심일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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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어제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트럼프가 인디애나 주 경선에서 압승하자 2위 주자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사퇴했고 전당대회를 주관하는 공화당 수뇌부도 결국 트럼프를 당 대선후보로 인정했다. 6월까지 민주·공화 양당의 경선 일정이 남아 있지만 11월 대통령 선거는 트럼프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결로 가는 것이 확실시된다.

트럼프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고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하겠다는 식의 과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자질을 의심케 하는 인종·종교·여성 차별적 막말로 워싱턴 정가와 주류 언론의 질타와 배척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공화당 후보로 등극한 것은 세계화와 테크놀로지의 진화, 유색인종의 급성장에 실업과 생존의 위기를 느끼는 중산층 이하 백인과 저소득층이 ‘미국 제일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의 광적인 포퓰리즘에 열광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공화당 티켓을 따더라도 대선에선 민주당의 클린턴에게 반드시 질 것이라는 관측이 그동안 우세했다. 그러나 2일 미국 라스무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41%의 지지를 얻어 39%의 클린턴을 처음으로 따돌려 대선 결과를 속단할 수 없게 됐다. “대중에게는 트럼프가 클린턴에 비해 경제에 정통한 후보라는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는 것이 KOTRA 워싱턴무역관의 보고다. 클린턴은 외교안보 국정경험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만 진정성 없는 기성 정치인 이미지도 강하다.

국제사회는 트럼프의 대선 진출을 우려의 눈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그의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고립주의 외교정책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모든 FTA를 재검토하고 중국 멕시코 한국을 비롯한 주요 무역상대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군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국 분담금 증액을 주장하고 한국과 일본의 핵 무장까지 용인할 수 있다고 한 그다.

트럼프가 과격한 주장으로 차별화를 꾀한 측면도 있다. 아무리 과격하게 주장해본들 공화당 주류가 반대하면 정책이 되긴 어렵다. 그러나 ‘트럼프 돌풍’으로 드러난 미국인의 감춰진 본심과 미국 사회의 변화 움직임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트럼프의 정책과 참모진을 연구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런 주장이 앞으로 미국 사회에 확산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트럼프#공화당 대통령후보#트럼프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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