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인재상이 우주정복? 허무맹랑하지 않은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일 1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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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는 다음달 9일까지 게임 개발, 인공지능(AI) 등 부문에서 인턴사원과 전문연구요원을 선발한다는 내용의 채용공고를 냈습니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자사(自社) 인재상을 ‘우주정복’ 정신으로 꼽았다는 점입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총자산 2조 원 규모로 삼성전자(242조 원) 같은 국내 대기업과는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의 작은 기업입니다. 다만 그들의 표어는 우리가 창조적 인재가 모여 있다고 생각하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인재상과 견줘봤을 때 그리 작게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구글은 ‘문샷(달을 향해 쏴라)’ 같은 문구를 내걸고 창의적인 인재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가 3월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승리가 확정되자 “우리는 달에 도착했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허사비스 대표는 페이스북의 제안도 뿌리치고 이 같은 비전을 보고 구글에 왔다고 하네요.

이렇게 모인 구글러(구글 직원)들은 풍선을 띄워 무선인터넷을 보급하는 ‘프로젝트 룬’, 달 탐사 경연대회 ‘루나 X 프라이즈’ 등 무모한 도전들을 겁 없이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도 다음달 열리는 구글 개발자회의(I/O)에서 시범적으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고요.

테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민간 우주선 개발기업 계열사 스페이스 엑스의 채용 담당자는 구직자들에게 “(우리는) 특수부대”라고 강조했다 합니다. 이 같은 솔깃한 구호에 열정 넘치는 젊은이들이 빗발친 입사 지원을 했습니다. 테슬라는 이 같은 도전정신에 근거, 비상장 기업으로 유일하게 국제 우주정거장에 도킹하는 진기록을 세웁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은 허무맹랑해 보이는 비전을 던지며 인재를 끌어 모으고, 끝내는 상상을 현실로 이뤄내고 있습니다.

한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미래사회에 대한 영감, 새로운 미래 창조’, ‘기본을 갖춘 인재를 찾습니다’라는 표어를 내걸고 3월 채용공고를 냈습니다. 혁신이 사라진 스마트폰, 한발 늦어 보이는 자율주행차…. 그간의 행보로 미루어볼 때 이 같은 인재상은 창의적 인재가 모여들만큼 매력적이지도, 창조적이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엔씨소프트는 2013년부터 우주정복 정신을 인재상으로 내걸었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최근 2, 3년간 주목할만한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시가총액은 51위(1일 기준)에 달합니다. 잠재력, 가능성 덕분이겠지요. 엔씨소프트, 글로벌 IT 기업들이 제시하는 허무맹랑해 보이는 인재상 속에 숨은 뜻을 국내 대기업들은 참고할 만 것 같습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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