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교안보 라인 무더기 해킹… 국정원 뭐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국제사회 대북제재 이후]
“軍장성 등 40명 스마트폰 뚫려”… 사이버테러방지법 여론몰이
‘보안 구멍’ 국민 불안만 부추겨

북한이 2월 말에서 3월 초까지 정부의 외교안보라인과 군 책임자 300명의 스마트폰에 해킹을 시도해 이 가운데 40명의 스마트폰을 해킹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군 관련 인사 중 현역 장성 4명과 예비역 장성 2명 등의 스마트폰이 해킹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은 11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긴급 현안보고를 통해 북한이 청와대와 외교부, 통일부 등을 사칭해 정부 주요 인사들의 스마트폰에서 통화 기록, 문자메시지, 음성통화 내용까지 절취했다며 이같이 보고했다.

국정원은 최근 한 달간 북한의 대남 사이버 공격 횟수가 2배가량 증가했으며, 매일 수십만 건의 사이버 해킹 공격 가운데 1∼2%는 방어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만들어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국정원이 막상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번번이 뚫리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이 사이버테러방지법 처리를 위해 자신들의 방어체계 미흡을 홍보하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테러방지법 국회 통과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사이버테러방지법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하자 국정원이 여론몰이에 나선 모양새가 됐다는 비판이다. 한 정보위원은 “테러방지법을 만들 때 사이버테러 방지 관련 조항을 넣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정원 “北, 미녀 페북친구 맺기로 정보 빼내” ▼

불안 부추기는 국정원

국가정보원은 이날 새누리당 단독으로 소집된 정보위 현안보고 자리에서 “현재의 민관군으로 분산된 사이버테러 대응으로는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효율적 통합 관리를 위한 근거법인 사이버테러방지법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1시간 20분가량 진행된 회의 내내 사이버테러의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지 조목조목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수사기관이 제작한 해킹 프로그램 점검 도구를 가장한 파일을 유포하고 있고,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보 보안업체를 집중적으로 해킹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항공기와 자동차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을 위한 사이버테러 훈련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또 북한이 1월부터 월간지 등 일부 언론사 홈페이지를 해킹해 특정 기사에 악성 코드를 심고, 목표 대상자에게 해당 기사 접속을 유도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평화문제연구소 등 유령 기관을 만들어 미모의 여성 직원을 위장한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했다고 한다. 프로필에 여성 사진을 올리는 방법으로 전·현직 공직자 수십 명과 친구를 맺어 연구 목적으로 민감한 정책 자료를 요구하거나 남남(南南) 갈등을 부추기는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 공격을 했다고 보고했다.

이 자리에선 군 당국의 현장 사령관의 동선이 노출되는 대화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사령관이 왔다가 갔다’는 등 구체적인 통화 내용을 보여줬다는 것. 한 의원이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스마트폰도 바뀌었느냐”고 질문하자 국정원 관계자는 “바꿨을 것”이라고 추측성 답변을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외교안보부처 장관이나 합참의장, 각 군 총장 등 군 수뇌부는 포함돼 있지 않다”며 “북한이 스마트폰을 해킹한 군 관련자들은 전·현직 장성과 영관급 장교 지휘관, 산하 기관장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교부와 통일부 소속 일부 실무진의 스마트폰도 해킹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는 사이버테러 대응을 담당하는 신인섭 국가안보실 사이버안보비서관이 최근 사퇴해 공백이 우려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인적인 사유로 사퇴했다”고 밝혔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테러방지법의 국회 처리 당시 사이버테러방지법을 함께 처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경질 인사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외교안보#국정원#사이버테러방지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