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정원 시대… 그룹 시련 넘는게 첫 과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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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경영 끝내고 재계 첫 4세경영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54)이 두산그룹의 차기 회장을 맡기로 하면서 두산가(家) 4세 경영 시대의 막이 올랐다. 두산그룹은 박승직 창업주와 박두병 초대 회장을 거쳐 3세대인 박용곤(1981∼1996년), 고 박용오(1997∼2004년), 박용성(2005년), 박용현(2009∼2012년), 박용만(2012년 4월∼)으로 이어지는 형제 경영의 전통을 지켜왔다. 박용성 회장과 박용현 회장 사이 약 4년은 비상경영위원회 체제였다. 한국 주요 대기업에서 4세 경영이 시작되는 것은 두산그룹이 처음이다.

두산그룹의 차기 회장에 오르게 될 박정원 회장 앞에는 만만치 않은 숙제들이 놓여 있다. 두산그룹은 몇 년 전부터 주력 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의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그의 과제다.

○ 결정적 순간 ‘승부사’ 기질 발휘

박정원 회장은 두산그룹의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지목돼 왔다. 개인 지분도 오너 일가 중 가장 많은 6.29%(지난해 9월 30일 기준)다. 박용만 두산 회장의 두 번째 등기 임원 임기가 올해로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올해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왔다. 그룹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용만 회장이 그룹까지 챙기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두산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형제간 우애를 기반으로 해왔다. 2005년 박용성 회장이 취임할 때 박용오 회장이 반발해 동생을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고발한 ‘형제의 난’을 겪었지만, 두산그룹 형제들은 인사에 반발한 고 박용오 회장을 가문에서 퇴출시키는 강수로 대응했다.

박정원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1985년 두산산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지 31년 만에 그룹 회장직에 오르게 됐다. 2012년부터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두산건설 회장, 두산베어스 구단주를 겸임하고 있다.

박정원 회장은 외유내강형이지만 결정적인 순간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1999년 ㈜두산 부사장으로 상사BG를 맡은 뒤 사업 포트폴리오를 수익사업 위주로 과감히 정리해 취임 이듬해인 2000년 매출액을 30% 이상 끌어올리기도 했다. ㈜두산 지주부문 회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2014년 연료전지 사업, 2015년 면세점 사업 진출 등 그룹의 주요 결정 및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두산그룹은 박 회장이 그동안 정기적으로 사촌 모임을 주도하는 등 가족 신망이 높은 편이어서 향후 ‘사촌경영’도 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재무구조 개선 등 산적한 과제 많아

두산그룹은 활발한 M&A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으로 성장판을 마련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그러나 최근 건설 경기 악화와 중국사업 부진 등의 영향으로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두산은 1896년 서울 배오개시장(현 종로4가)에 문을 연 포목상 ‘박승직 상점’을 시초로 하는 국내 최고(最古) 기업 중 하나다. 두산은 1990년대 이후 OB맥주와 음료·주류, 의류, 전분당 사업 등 소비재 부문을 모두 매각하고 한국중공업과 고려산업개발, 대우종합기계, 밥캣 등을 인수하며 중공업 중심으로 구조를 바꿨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세계 경기 침체로 건설과 건설장비 사업이 타격을 입었다. ㈜두산은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는 213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그룹 전체로는 1조7000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최근에는 ㈜두산과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떨어졌다.

박정원 회장이 취임 후 가장 주력해야 할 과제는 재무구조 개선이다. 두산그룹은 2일 MBK파트너스와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사업부문 매각 협상을 마무리해 1조1308억 원을 확보했다. 연내 두산밥캣을 국내 증시에 상장하고 방산업체 두산DST의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 3조 원 가까운 자금을 수혈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길게는 20년간 그룹을 이끌어갈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도 박 회장 앞에 놓인 과제다. ㈜두산은 상반기(1∼6월) 서울 중구 두산타워에서 시내 면세점 사업을 시작하며 다시 소비재 영역에 발을 들인다. 연료전지사업은 2년 만에 수주액이 5870여억 원으로 증가했다.

한편 오너 4세 경영체제를 공식화한 두산그룹주는 2일 증시에서 일제히 급등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두산은 전 거래일보다 7.82% 오른 8만1300원에 거래를 마쳤고 두산인프라코어(15.04%), 두산중공업(6.36%), 두산건설(5.50%)도 상승 마감했다.

신수정 crystal@donga.com·정민지·강유현 기자
#두산#박정원#4세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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