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DJ-盧대통령이 재벌 고착화”… 黨의 ‘뿌리’ 건드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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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경제 강연서 양극화 비판… “DJ, 경제성장 압박감에 재벌 동원
서민 대변 盧, 대통령 되자 변심”… 金 거침없는 행보 당내 반발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17일 고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향해 “재벌을 고착화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체성 논란을 빚고 있는 김 대표의 거침없는 ‘질주’가 더민주당의 뿌리로 여겨지는 두 전직 대통령까지 향하면서 내부 반발이 일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이날 당 ‘경제 아카데미’ 강연에서 양극화 현상을 거론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 그 양반도 대통령이 되자마자 마음을 바꿔서 경제성장을 빨리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재벌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외환위기로 재벌 한두 개가 없어지는 듯했지만 재벌이 더 고착화됐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결국 양극화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극화 현상의 시발점이 김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 때문이었다는 평가다.

그는 이어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에서 묘하게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대통령을 한 번 맞이한 적이 있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그 대통령을 맞이했으니 서민들은 ‘저 사람이 우리를 위한 조치를 취하겠지’ 했지만 대통령이 되자마자 마음을 바꿨다”며 “‘나(노 전 대통령)도 높은 성장률을 해야겠다’며 큰 사람들(재벌)과 어울리면서 재벌 위주의 경제성장을 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은) 갑작스럽게 세상에 없는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썼다”며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가 버렸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능력이 없다’는 식으로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경제가 어려운 것처럼 보이니까 어떤 대통령이 나왔냐면 경제 살린다는 구호로 어마어마한 목표치를 제시했다”며 “처음부터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국민을 현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당 운영을 놓고 김 대표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아직까진 공개적인 반발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김 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지역구 공천관리위원회가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 작업까지 같이 하도록 했다. 한 당직자는 “과거 같으면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이 여러 번 돌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김 대표는 보고하면 바로 가부(可否) 결정을 내린다”고 했다. 그만큼 속도와 효율을 중시한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 등 유력 대권 주자도 ‘그 사람’이라고 부른다. 비공개 회의에서도 그는 “다 생각이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반발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뜻대로 밀고 가겠다는 뜻이다. 당 관계자는 “‘전횡이 지나치다’는 반발이 터져 나올 상황”이라며 “하지만 (김 대표의) 독주로 당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니 문제 제기를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내 분위기는 “고질병 같던 집안싸움 없이 요즘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다”는 주장과 “공천이 끝나고 나면 되레 더 큰 파열음이 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엇갈린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김종인#더민주#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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