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없던 내려 읽기로 돌풍… ‘만화 왕국’ 삼킨 한국 웹툰 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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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일본은 ‘망가(漫畵·만화)의 나라’였다. 13일 도쿄(東京) 시내를 걸어 다니다 보니 서점이나 편의점에서 만화를 펼쳐든 성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봤다.

특이하게도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보는 시민 10명 중 예닐곱 명은 한국 기업이 만든 코미코 혹은 라인망가 앱을 사용하고 있었다. 100년 전통의 일본 출판업체 고단샤(講談社), 소년 점프로 히트를 친 슈에이샤(集英社), 영 선데이를 선보인 쇼가쿠칸(小學館)이 선보인 만화 앱을 사용하는 이는 소수였다.

NHN엔터테인먼트의 코미코와 네이버의 라인망가 앱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20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만화 관련 앱 중 공동 1위다. 교사라고 밝힌 가토(加藤·29·여) 씨는 “한국 웹툰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보기 무척 편하다”고 말했다.

NHN엔터의 일본법인 NHN코미코는 2013년 10월 현지에서 가장 먼저 스마트폰 만화 플랫폼 코미코를 내놨다. NHN코미코는 세로 스크롤을 채용해 스마트폰에 최적화시켰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책장을 넘기는 일본인들은 초창기엔 생소해 했다. 하지만 코미코 앱의 다운로드 건수가 1200만 건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자 일본 현지 만화업체도 세로 스크롤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NHN코미코는 이 양식으로 만화를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지난해 9월 내놨는데, 현재 약 100개 만화 전문 학교에서 이용 중이다.

NHN코미코가 일본에서 빠르게 정착한 것은 연간 5000여 명씩 쏟아져 나오는 만화 작가 지망생에게 자신만의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한 덕이 크다. NHN코미코는 2013년 12월 일본 아마추어 작가 데뷔를 돕는 ‘도전만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작가가 웹툰을 올리면 독자 평가에 따라 도전만화, 베스트도전, 정식작품 등 단계별로 승격한다. 이 제도를 통해 정식작품 단계에서 활약하는 작가가 138명이다. 도전만화 시스템을 통해 등단한 웹툰 작가 유즈유(필명·26) 씨는 “한국 만화 플랫폼을 통해 만화가의 꿈을 이루고 해외 진출까지 할 수 있게 돼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NHN코미코는 작가를 위한 새로운 수익 창출 방법도 만들었다. 웹툰이 성공을 거두면 단행본을 낼 뿐 아니라 캐릭터가 그려진 컵, 티셔츠 등 상품도 만들어 판매한 것. 또 만화 독자들이 사이버머니를 구매해 작가를 금전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응원 포인트 제도’도 도입했다.

라인망가는 2014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100여 개 일본 출판사의 10만 개 만화 콘텐츠를 e북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현지 만화 분야 앱 중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레진코믹스는 지난해 7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102편의 만화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구보 마사하루(久保雅暖) 출판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일본 출판업계가 한국 만화 플랫폼 사업자를 신흥 세력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판과학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전자 만화 시장은 2014년 처음으로 1000억 엔(약 1조800억 원)대를 돌파한 뒤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현재 전자 만화는 일본 전체 만화 시장의 20%를 넘었다.

도쿄=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망가#코미코#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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