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발달했는데…기대수명 부익부빈익빈 오히려 심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4일 23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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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돈도 많고 수명도 가난한 사람보다 훨씬 더 길어
남자 상위 10%는 87.2세까지 살지만, 하위 10%는 73.6세까지 못 살아

돈 많은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더 오래 산다는 통계나 연구결과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20세기 들어서 선진국에선 의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의무교육이 확산되면서 두 계층 간 기대수명의 격차는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40~50년 사이 부유층과 빈곤층의 수명 차이가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대표적 진보 성향 민간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가 1920년생 남성과 1950년생 남성이 각각 50세 됐을 때 기대수명을 비교한 결과 소득 상위 10%는 79.1세에서 87.2세로 크게 높아졌으나 하위 10%는 72.9세에서 73.6세로 큰 변화가 없었다. 최상층과 최하층 간 기대수명 차이가 6.2년에서 13.6년으로 심화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 연구결과를 인용해 13일 보도했다.

NYT는 “같은 방식으로 여성의 기대수명을 조사한 결과 역시 그 격차가 4.7년(1920년생)에서 13년(1950년생)으로 벌어졌다”며 “심지어 소득 하위 10%의 여성은 이 기간 기대수명 이 약 2년 정도 감소하는 현상마저 보였다”고 전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부자가 경제적 부(富)만 아니라, 인생(수명)도 더 오래 향유하고 있는 셈”이라며 “이런 기대수명 격차의 심화나 일부 빈곤계층의 수명 단축 문제는 불평등 문제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원인에 대해선 흡연 문제가 1차적으로 거론된다고 NYT는 전했다. 고소득 고학력 남자의 흡연율은 크게 줄었지만 저소득 계층은 담배를 끊지 못하는 비율이 높다는 설명이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앤드루 페넬론 연구원은 “흡연 문제가 기대수명 격차가 커지는 데 5분의 1에서 3분의 1 정도 기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브래들리예일대 교수는 “포괄적인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가 기대수명 격차의 심화로 귀결되고 있다. 최신 의약품으로는 이런 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각종 질병에 대한 백신이 개발돼 보급됐던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기대수명 차이는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지만 최근 40~50년 사이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하면서 기대수명 차이도 다시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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