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의 개성공단 폐쇄, 뼈아픈 국제 對北제재 끌어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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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북한에 맞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를 내렸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어제 정부 성명을 통해 “기존의 대응 방식으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계획을 꺾을 수 없다”며 “더이상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2000년부터 남북 교류 협력과 평화의 상징으로 조성된 개성공단이 북의 무모한 도발로 문을 닫게 된 데 흔쾌히 박수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당장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거센 반대가 나왔고,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도 재고를 요청하고 나섰다. 그러나 남북경협의 중단을 뜻하는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북의 핵 포기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對北) 제재를 이끌어내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우리는 본다.

미국이 이란에 대해 핵 농축 시설을 포기하게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듯이, 한국도 북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 없도록 정치, 외교적으로 혼신의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란에 했던 제재의 10분의 1도 지금까지 북한에는 하지 않았다는 전문가의 지적까지 있다. 우리마저 소극적이라면 북핵 문제는 갈수록 심각한 상황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뒤 대북교류 전면 중단을 골자로 한 5·24조치 때도 자칫 남남(南南)갈등을 일으킬까 우려해 개성공단만은 예외로 뒀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개성공단이 인질이 되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의 문을 닫기로 전격적으로 결단한 것은 이런 고심의 산물이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전략적 계산’을 달리하라는 돌직구를 김정은 정권에 던진 셈이다.

개성공단은 중국과의 광물, 의류임가공 교역 등을 제외하면 변변한 수입원이 없는 북한에 안정적 수입을 보장해주는 ‘돈줄’과 다름없다.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 원(약 5억6000만 달러)의 현금이 유입됐고,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190억 원의 투자가 이뤄졌는데 이 중 상당액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인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이 개성공단을 통해 북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현찰로 제공하면서 국제사회에는 강력한 대북 제재를 요청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논의가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감싸기로 진척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과거 1∼3차 북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때보다 한층 강화된 실효적인 결의안 도출을 촉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10일(현지 시간) 미 상원 본회의는 물론 유엔 안보리에서도 북과 거래하는 제3국의 은행 등 금융기관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해 북의 금융과 교역을 겨냥해 물샐틈없는 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했다.

북은 남북 관계가 전시 상황에 들어갔다고 선포한 2013년 4월 개성공단이 김정은 체제의 돈줄이라는 지적이 우리 언론에서 나오자 “최고 존엄을 모독한 참을 수 없는 악담”이라는 담화를 내고 개성공단 사업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북과 남이 근로자들을 전원 철수하면서 개성공단은 그해 9월까지 가동이 중단됐고 남북관계도 경색됐다. 개성공단엔 10일 현재 184명의 우리 국민이 남아 있다. 이들이 억류되지 않고 안전하게 남측으로 돌아오고 공단 입주기업들이 설비와 완제품, 원·부자재 등을 반출할 수 있도록 북과의 실무협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홍 장관은 “우리 국민의 안전한 귀환을 위한 모든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에도 우리 측 관리 인력 7명이 억류됐다가 미수금 1300만 달러를 낸 뒤에야 귀환한 바 있다. 우리 국민이 만일에 인질로 붙잡힐 경우를 대비한 군사적 구출 작전 등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 있다”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고 개성공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언제 다시 열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렵다. 개성공단 카드를 지금 써버리면 더는 대북 압박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좀 더 아껴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현실적으로 개성공단의 문을 닫는다고 김정은이 당장 핵과 미사일을 버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하며 더욱 극단적인 행동으로 남북관계를 더 큰 위기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북을 계속 지원할 경우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의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 정부는 절박한 인식 아래 비상한 조치를 취한 것이지만 앞으로 전개될 사태에 주도면밀한 대비가 따라야 한다. 무슨 일이 발생해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도록 박 대통령과 정부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개성공단#장거리 미사일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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