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7주기 맞아… 전기 ‘아, 김수환 추기경’ 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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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밥이 돼 주십시오” 변함없이 와닿는 큰 가르침

2009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은 종교 지도자를 넘어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그가 보여준 용기와 신념, 그리고 사랑은 많은 이들을 깨우치게 했다. 동아일보DB
2009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은 종교 지도자를 넘어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그가 보여준 용기와 신념, 그리고 사랑은 많은 이들을 깨우치게 했다. 동아일보DB
“이번에 기호 1번으로 출마합니다. 지역구는….”

인터뷰 말미에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김수환 추기경이 출마를 하겠다니…. 기자는 침을 꼴깍 삼켰다. “지역구는…‘천국’입니다.” 왁자한 웃음으로 인터뷰가 마무리됐다.

동아일보 2002년 1월 15일자 기사에서 나온 내용이다. 당시 80세가 된 김 추기경이 은퇴 후 여생을 정리하고 있다는 뜻으로 취재기자에게 던진 농담이었다.

2009년 2월 16일 선종한 김 추기경의 7주기를 맞아 전기 ‘아, 김수환 추기경’(김영사)이 출간됐다. 1권 ‘신을 향하여’, 2권 ‘인간을 향하여’로 나뉜 이 전기는 두 권 합쳐 1100쪽이 넘는다.

‘간송 전형필’ 등 전기로 유명한 작가 이충렬 씨가 추기경의 개인 일기와 미사 강론, 강연, 언론 인터뷰, 편지 등을 섭렵해 집필했다. 특히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일 때 비서신부를 지낸 장익 주교(전 춘천교구장), 추기경 선종 전 고해를 받았던 박신언 몬시뇰, 고교 동창인 최익철 신부 등 추기경과 친분이 있었던 21명의 인터뷰를 통해 추기경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냈다. 책에 나오는 사진 360장 중 100여 장이 처음 공개된다는 게 출판사 측 설명이다.

이 전기는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의 평가를 배제하고 사실 위주로 추기경의 행적을 담담히 그렸다. 본인의 구술 회고록인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에선 담을 수 없는 제3자의 시선도 반영됐다. 특히 겉으로 드러난 행적뿐만 아니라 군부독재 시절 갖은 압박 속에서도 약자의 편에 섰을 때와 노무현 정부 이후 보혁 갈등 속에서 비판받았을 때, 말년에 절대 고독의 고통을 겪었을 때의 추기경 내면을 다양한 증언과 자료로 보여주는 것이 장점이다.

여기에 신설 마산교구의 신출내기 주교가 1968년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되고, 이듬해 어떻게 세계 최연소 추기경(47세)이 됐는지를 치밀하게 추적해 그 나름의 해답도 내놓았다.

독자로선 무엇보다 김 추기경의 어록을 되새길 수 있다는 점이 가슴에 다가온다. “서로에게 밥이 돼 주십시오”(1966년 마산교구장 착좌식 때) “제 별명은 소품입니다. 행사 후 사진 찍을 때 꼭 필요하다고 해서…”(추기경 서임 30주년 축하미사) “안다고 나대고 어딜 가서 대접받길 바라는 게 바보지. 그러고 보면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아요”(2007년 자화상 ‘바보야’ 전시회 인터뷰) “나는 너무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여러분들도 사랑하세요”(선종 전 마지막 인사)….

저자는 “김 추기경은 우리 현대사에서 몇 안 되는 정신적 지도자로 약자를 사랑했고 사회 갈등을 대화로 풀어내곤 했던 중재자였다”며 “이런 삶과 정신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김수환#추기경#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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