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 청년취업활동비 공약, 제2의 무상급식 폭탄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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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청년들에게 월 60만 원씩 6개월간 취업활동비를 지원하는 총선 공약을 내걸었다. 상반기에 청년실업자 5만 명을 선정해 1800억 원을 지급한 뒤, 하반기에 새로 선정한 5만 명에게 1800억 원을 추가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청년 실업자가 40만 명(실업률 9.2%)에 달한 암울한 현실을 감안하면 귀가 솔깃해질 만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대상자 선정 기준을 빠뜨린 데다 민간기업에 일자리 25만2000개를 할당한다는 데는 할 말을 잃게 된다.

더민주의 청년취업활동비 공약은 서울시가 7월 시행할 예정인 청년취업활동보조금(청년 1인당 최장 6개월간 월 50만 원 지급) 정책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시도로 보인다. 정부가 반대해도 야당이 장악한 지방자치단체가 중앙당 공약에 따라 제도를 도입하면 막을 도리가 없다. 청년수당이 없는 지역에서 불만이 폭발하면 여당 지자체장도 같은 정책을 도입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다급해진 새누리당이 청년수당 정책을 베끼는 지경에 이르면 막장이다. 누리과정은 지금보다 후순위로 밀려 중앙과 지방의 갈등은 더 심해질 것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장면이다. 김상곤 더민주 인재영입위원장이 2009년 4월 경기 교육감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내건 무상급식 공약부터 무상시리즈 시한폭탄이 시작됐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다시 무상급식이 화두로 등장하면서 여야는 ‘무상 대 반무상’ 대결에 매몰됐다. 2012년 총선 때 민주당이 ‘무상의료, 무상급식,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이라는 무상패키지를 공약으로 내걸자 새누리당은 누리과정으로 맞불을 놓았다. 결국 달콤한 공짜정책이 ‘누리 대란(大亂)’을 초래했다.

복지는 불가역(不可逆)성이 있어 한번 시행하면 줄이기 어렵다. 일단 복지혜택을 맛보면 재정상태를 이유로 축소하거나 폐지할 때 이해집단이 거세게 저항하는 속성이 있다. 현 체계만 유지해도 정부가 의무적으로 지출하는 법정복지액은 내년에 90조 원에 이르고 2019년에는 100조 원이 넘는다. 더민주가 던진 포퓰리즘의 미끼를 정치권과 지자체가 덥석 물면 청년들에게 일자리가 아니라 미래의 빚더미를 떠넘기게 된다.
#더민주당#청년취업활동비#무상급식#누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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