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제재’ 푼 다음날… 오바마, 北-이란 미사일 커넥션 정조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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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규범 위반, 강력 제재”
北과 탄도미사일 개발 협력 의혹… 이란 단체-개인 등 11곳 신규제재
WP “미국인 석방 타결되자 발표”… 허찔린 이란 “美에 대한 불신 증폭”

미국이 유럽연합(EU) 등과 이란의 핵개발 관련 제재를 해제한 다음 날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한 신규 제재 조치를 내렸다. 이란이 핵개발을 중단한 만큼 국제사회로의 복귀를 도와주겠지만 미사일 개발 등 도발을 이어가면 이전처럼 압박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사진)은 17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생중계된 대(對)국민성명에서 이란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미국과 이란은 여전히 중대한 차이가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등) 국제사회의 규범을 위반한 것에 대해서는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제재를 단행할 것이며 조금도 방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서방과의 핵협상을 타결한 직후인 지난해 10월 장거리 유도미사일 ‘에마드’와 탄도미사일 ‘가드로-10호’의 실험 발사를 감행했고, 유엔 안보리는 이란 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결의안 1929호를 위반했다고 의결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이란 공공기관과 개인 등 11곳을 신규 특별제재대상(SDN)에 포함시켰다. 아랍에미리트에 본부를 둔 ‘마부루카 무역’과 소유주인 후세인 포나그쉬밴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란이 개발하는 탄도미사일 핵심 부품인 탄소섬유 개발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제재 대상에 포함된 이란인 3명은 북한과 미사일 개발을 협력한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란의 군수기업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의 임원 사예드 자바드 무사비는 유엔과 미국의 제재 대상인 북한 조선광업개발회사(KOMID) 직원들과 협력해 미사일에 필요한 밸브 등 부품을 이란으로 운송하는 작업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SHIG의 다른 임원인 세예드 미라흐마드 누신 등은 로켓 추진체 개발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평양으로 건너가 부품 도입 계약 협상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이란의 미사일 발사 직후부터 제재를 검토했지만 핵협상과 이후 검증 과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제재 부과 시점을 미뤄 왔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은 이란 제재 해제와 특히 장기간 이란에 억류됐던 미국인 5명의 석방 협상이 마무리되자마자 신규 제재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기술이 북한에 역유입되는 것을 막겠다는 미 정부의 의지가 담긴 조치”라고 분석했다.

이는 이란 핵 제재 해제에 반발하는 보수층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마이클 매콜 하원 국토안보위원장(공화·텍사스)은 핵 제재 해제 발표 이후 성명을 내고 “테러범과 협상을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자금 동결 해제 조치에 대해 “이란은 그 돈을 중동 안팎에서 테러를 지원하고 미국과 미국의 동맹을 반대하는 노력에 투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은 신규 제재 부과 조치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이 약속을 어기는 것을 많이 봐 왔다. 제재가 풀렸다고 해서 미국에 대한 불신을 지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북한#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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