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첫 女총통 나온다”… 8년만의 정권교체 설레는 야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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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잉주 경제失政에 등돌리고… 독립추구 젊은세대들 野 지지
‘밀월 양안관계’ 새로운 국면 맞아

“차이잉원(蔡英文) 당선, 차이 당선.”

대만 총통 선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7시 수도 타이베이의 총통부(청와대 격) 앞 대로. 가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2만 명 이상의 차이 후보 지자자들이 여성 총통의 당선을 축하하듯 함성을 질렀다. “나는 4년 전 다시 돌아온다고 했는데 더 강한 차이잉원으로 돌아왔다. 내일 이곳 총통부는 국민의 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차이 후보가 말하자 지지자들이 환호로 답했다. 이날 집회는 법정 시한인 오후 10시에 끝났다.

16일 대만 전역에서 실시되는 총통 및 입법위원(국회의원) 동시 선거에서 민진당 차이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다. 차이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권 국민당의 주리룬(朱立倫) 후보를 2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어 승부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에 이어 대만에서도 여성 총통(한국의 대통령 격)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민진당으로선 2008년 국민당에 정권을 내준 지 8년 만에 다시 정권을 되찾는 것이어서 앞으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차이 후보는 친중(親中) 성향인 현 마잉주(馬英九) 정부와는 달리 집권하면 독자적인 대만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여 양안(兩岸)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차이 후보의 승리가 확실해지자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한결같이 하나의 중국, ‘대만독립 반대’를 견지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반면 미국은 조만간 윌리엄 번스 전 국무부 부장관을 중국과 대만에 보내 양안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한 ‘예방 외교’를 펼칠 예정이다.

대만의 전문가와 언론은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른 3대 키워드로 ‘경제’와 ‘양안 관계’ ‘세대 갈등’을 꼽았다. 우선 경제 문제다. 마잉주 정부 8년을 거치면서 성장률이 추락해 지난해에는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분배 불평등마저 심화해 집권 국민당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현 정부의 친중 정책 때문에 대만 경제가 오히려 악영향을 받았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마 총통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양안 협력을 추진해 지지를 받았던 사실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든다. 차이 후보는 앞으로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경제 전략을 펼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재정부 산하 중화경제연구원의 류멍쥔(劉孟俊) 제1연구소 소장은 “마 정부 시절 대륙으로 진출한 대기업(臺商·타이상)들만 양안 협력으로 혜택을 봤다는 불만이 높고, 타이상들이 번 돈을 대만으로 가져와 부동산 투자에 집중해 집값만 앙등시키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국민당의 패색이 짙어진 데에는 젊은 세대가 등을 돌린 것 역시 크게 작용했다. 평생 벌어도 집을 살 수 없을 정도로 뛰어오른 부동산 가격에 대한 좌절감, 초임이 월 2만2000대만달러(약 79만 원) 수준으로 정체된 임금에 대한 불만, 그리고 국민당의 친중 정책에 대한 거부감 등이 청년층의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민주화 시기에 태어난 ‘해바라기 세대’는 대만의 독립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긴다.

총통 선거와 같이 열리는 입법위원 선거에서 민진당과 국민당 중 어디가 의회 다수당이 될지도 관심거리다. 현재 입법위원 113석 중 40석을 가진 민진당은 이번 선거에서 57석 이상 획득하는 것이 목표다. 차이 후보도 15일 “입법원 과반도 달성해 ‘완전집정(完全執政)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타이베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대만#중국#총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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