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도입 ‘서킷브레이커’ 中 증시 혼란 더 키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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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흔드는 中리스크

8일 중국 증시가 2% 가까이 오르며 개장 29분 만에 조기 폐장됐던 전날 대폭락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장중 내내 ‘널뛰기 장세’를 보여 중국 증시에 대한 불안감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시장의 불안을 잠재워야 할 중국 당국이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사태를 더 악화시켜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는 모습이다.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 실물경제의 성장 둔화 등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울 악재들이 산재해 있어 중국발(發)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 시장 흔드는 중국 당국의 ‘정책 리스크’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증시 시가총액은 차이나 쇼크가 닥친 4∼7일 연초 4거래일 만에 독일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3조9632억 달러(약 4754조 원)가 줄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여름 ‘1차 차이나 쇼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미숙한 제도와 뒷북 대응으로 시장 혼란을 키우고 시장관리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증시 안정을 위해 올해 처음 ‘서킷브레이커’(주가 급등락 때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발동 기준을 너무 좁게 잡은 탓에 오히려 충격의 기폭제가 됐다. 4일에 이어 7일에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증시가 조기 폐장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중국 정부는 부랴부랴 제도를 잠정 중단했다.

8일 폐지하기로 했던 대주주 지분매각 금지 조치는 연초부터 시장의 수급 우려를 키우며 증시 급락을 이끌 뇌관으로 꼽혔다. 중국 당국은 7일 증시가 다시 대폭락한 뒤에야 관련 대책을 내놨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지만 사태의 긴박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늑장 대응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 정책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지난해 말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된 뒤 중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꾸준히 절하시켜 왔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12월 26일부터 8거래일 연속 떨어져 1.44% 하락했다. 7일엔 위안화 가치가 5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이 여파로 증시가 급락하자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9거래일 만에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015% 내린(위안화 가치 상승) 달러당 6.5636위안으로 고시했다. 중국 당국은 위안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은행에 개인과 기업의 미국 달러화 매입을 제한하는 구두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여전히 곳곳이 지뢰밭”

중국 당국이 꺼내 든 증시 안정화 대책과 개입, 위안화 가치 절상에 힘입어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1.97% 오른 3,186.41에 이날 거래를 마쳤다. 상하이지수는 오전 한때 2% 이상 급락하기도 했지만 반등에 성공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중국 정부가 주가 부양을 위해 이번 주 들어서만 두 차례 시장 개입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장 초반 지난해 9월 8일 이후 처음으로 장중 1,900 선이 무너졌던 코스피도 전날보다 0.70% 오른 1,917.62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도 2.5원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한 1198.1원에 마감해 급등세가 진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중국발 뇌관’이 도사리고 있다. 위안화 약세 흐름을 타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으로 유입됐던 최대 1조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핫머니(단기 투기성 자금)가 빠르게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제조업 경기 둔화가 확연한 가운데 중국 정부가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삼고 있는 서비스업도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0개월째 기준치를 밑돈 데 이어 서비스업 PMI도 50.2로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정임수 imsoo@donga.com·주애진 기자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서킷브레이커#금융#중국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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