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없어진 국회 떡국만 챙겨 먹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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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의장, 입법 비상사태 선언했지만…
鄭의장 “임시국회내 처리” 말뿐… 손놓은 여야 지도부는 네탓 공방

1일 대한민국 국회의 존립 기반인 지역구가 사라지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지만 정치권에선 위기의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민의의 전당’은 문제를 풀어낼 능력도 없고, 이를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무법(無法), 무능(無能), 무치(無恥)의 ‘3무(無) 전당’으로 변했다.

이날 0시부로 ‘입법부 비상사태’를 선포한 정의화 국회의장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의장 공관을 개방하는 의례적인 신년하례식을 열었다. 정 의장은 이석현 부의장 등과 만난 자리에서 “임시국회 회기(8일) 내에 선거구 획정안을 반드시 처리하고 여야가 쟁점법안도 합의 처리했으면 한다”고 말했을 뿐 사태를 해결할 추가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여야가 모두 반대하는 ‘246석(현행 지역구 의석수)안’을 밀어붙이면서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지도부도 손을 놓았다. 이날 각각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신년인사회 같은 일상적인 새해 첫날 행사를 진행하면서 상대 비난에 열을 올렸다. 공식 일정을 마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여야 원내대표들은 각자 ‘소멸돼버린’ 지역구로 향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연휴가 끝나는 3일까지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 계획이다.

김 대표는 당 신년인사회에서 “선거구 획정보다 경제 살리기가 더 급하다”며 ‘선(先) 쟁점법안 처리, 후(後) 선거구 획정’ 기조를 분명히 했다. 손발이 묶인 총선 예비후보자들과 선거구 획정을 볼모로 야당과 ‘치킨게임’을 하겠다는 얘기다.

문 대표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며 “새누리당이 (협상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선거구와 쟁점법안이 얽히고설킨 정국 난맥상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날 문 대표는 신년 화두로 ‘대하무성(大河無聲)’을 제시했다. ‘역사의 물줄기는 소리 없이 순리대로 간다’는 의미다. 국민의 바람에 역주행하는 현 국회의 현실과 대비되는 화두다.

정 의장은 대국민 담화문에 ‘자포자기성’ 내용을 담기도 했다. 정 의장은 “정쟁 구도를 끊어내야 하지만 19대 국회에선 어렵다”며 “20대 총선이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차길호 기자
#선거구획정#국회#정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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