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로마시대 부부도 길거리서 손을 못잡았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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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냥하기, 목욕하기, 놀기, 웃기. 이것이 바로 인생. ―로마인의 성과 사랑(알베르토 안젤라·까치·2014년) 》

한 고대 로마인이 인생을 이렇게 정의한 글귀가 석판에 새겨진 채 알제리에 있는 로마시대 유적지 팀가드에서 19세기에 발견됐다. 이 중 ‘놀기’에는 성생활이 포함된다. 인류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고대 로마에서 성(性)은 사랑의 신 비너스(그리스명 아프로디테)가 준 선물인 만큼 최대한 향유해야 한다는 관념이 널리 퍼져 있었다.

이탈리아 국영 방송사인 라이(RAI)의 역사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학자인 알베르토 안젤라 씨가 펴낸 이 책은 나오자마자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저자는 시곗바늘을 기원전 115년으로 돌려 ‘감각의 제국’ 로마를 둘러본다.

‘달콤한, 감미로운’이란 뜻의 라틴어 형용사 ‘수아비스(suavis)’에서 나온 ‘사비움(savium)’이란 키스는 지금의 프렌치 키스처럼 혀를 많이 쓰는 방식이었다. 프렌치 키스가 프랑스 혹은 중세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로마시대부터 존재했다는 뜻이다. ‘자기야’, ‘허니’ 등 요즘 연인들이 서로를 부를 때 쓰는 닭살 돋는 호칭처럼 당시에도 ‘작은 인형(pupula)’, ‘달콤한 사랑(dulcis amor)’ 등의 표현이 쓰였다.

성 문제와 관련해 로마 남성들도 요즘 남성과 같은 고민을 했다. 이들은 마늘, 아스파라거스, 바닷가재 등을 강력한 정력제라 믿고 자주 복용했다. 여성을 위한 인공 음경도 인기였다. 가죽, 양털과 생나무로 만들어졌던 이 제품은 지금까지 남아 있지는 않지만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시라쿠사에서 발견된 항아리 그림 등을 통해 저자는 이런 풍속도를 재현한다.

풍성한 성 문화를 가진 로마였지만 현대와 분명히 다른 풍경도 있었다. 고대 로마에서는 길거리에서 키스하거나 연인을 쓰다듬을 수 없었다. 또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육체적 접촉은 금지됐다. 결혼한 부부들조차 길거리에서 손을 잡을 수 없었다. 손을 잡는 행위는 결혼식같이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로마#로마인#부부#로마인의 성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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