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 정년연장… 명퇴 칼바람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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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00인 이상 사업장 의무도입… 경기침체로 고용부담 커진 기업들
인력감축에 60세 연장 실효성 반감… 임금체계 개편 등 철저한 준비 절실

한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김모 부장(45)은 요즘 신문에서 새로운 창업 트렌드에 대한 기사를 빠짐없이 찾아 읽고 있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지난해 정년(停年)이 60세로 연장돼 은퇴까지 15년이나 남았지만 그는 정년 연장이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에 친하게 지내던 회사 선배가 50세 나이에 ‘2년 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굳혔다. 선배는 겉으로 “내가 희망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은 임원 승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계약직으로 전환하라는 회사의 권고를 뿌리칠 수 없었던 것이다. 김 부장은 “정년을 기대하기보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명예퇴직 위로금을 받아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013년 4월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에 따라 보름 뒤인 내년 1월 1일부터 300인 이상 모든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정년을 60세로 연장해야 한다. 300인 미만 직장들도 1년 뒤 같은 길을 걷는다. 이에 앞서 대기업과 금융회사, 공공기관의 상당수는 이미 노사 합의를 통해 정년을 늘렸다.

정년 연장은 ‘100세 시대’를 맞아 근로자들의 윤택한 노후 준비를 돕는 축복이 돼야 정상이다. 하지만 어려운 대내외 경제 여건, 경기침체 장기화의 된서리를 맞은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근로자들이 정년 연장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게 됐다. 많은 기업들은 정년 연장에 대비해 40, 50대 중장년층 직원들의 명예퇴직에 속도를 높이면서 신규 채용도 줄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년 연장이 기업 인력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정년을 늘린 기업들에서 조기퇴직을 면하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근로자들 역시 정년 연장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중 상당수는 눈에 띄지 않는 한직이나 후선으로 밀려나 있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정년 연장에 대한 준비가 잘 안돼 있고 경기마저 안 좋기 때문에 앞으로 1, 2년간은 고용불안이 심화되면서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며 “임금체계 개편 등 철저한 준비와 노사 간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박민우 기자
#불황#정년#퇴직#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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