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최인령]‘반쪽 효과’ 서울브랜드, 슬로건으로 보완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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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령 언어학자
최인령 언어학자
우리는 문화 전쟁이 치열한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고, 그 전쟁의 한가운데 신화적 힘을 지닌 언어가 있다. 이런 시대에 서울의 새로운 얼굴이 될 새 서울브랜드에 대한 고민도 깊어진다. 서울브랜드는 서울에 살고 있는 나의 얼굴이자 대한민국 모두의 얼굴이 되기 때문이다.

새 서울브랜드 “I·SEOUL·U 너와 나의 서울”은 I와 U 사이에 Seould을 배치한 조형물에 가깝고, 이 논리대로라면 한글로는 ‘나·서울·너’가 되어야 맞다. 세계에 서울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이 브랜드 제작에서 영어 슬로건이 관건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서울·너’가 호감을 불러일으키는가? 언어의 신화적 힘을 발휘하겠는가? 아니다. 세 낱말을 더듬더듬 나열하는 불편한 말더듬이를 연상시킨다. 그렇다면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에게 I·SEOUL·U도 말더듬이를 연상시킬 것이다. 긍정적인 효과는커녕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할 확률이 크다. 또한 영어에서는 가운뎃점을 문장의 구두점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시민이 댓글에 올린 것처럼 시각적 언어로는 괜찮은 평가를 할 수도 있다. 홍보물의 시안으로 제시한 티셔츠에 로마자 ‘Seoul’과 한글 ‘서울’을 교차로 배치한 디자인은 보기에 참신하고 ‘로고’로 보아도 손색이 없다. Seoul 자리에 서울의 상징적 이미지를 넣어 서울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발상도 보기에 참신하다. 결국 새 서울브랜드는 시각적 이미지로 사용하는 것이 더 마땅하다. 이에 청각적 언어로 사용할 수 있는 영어와 한국어 슬로건을 제안하려 한다.

슬로건은 ‘환기하는 힘을 지닌 암시적인 간결한 말’이다. 시적 효과를 활용한 대중적인 말이며, 음의 어울림과 음악적 리듬을 살려 읊조리는 맛이 나야 한다. 밝힘과 숨김의 절묘한 연출을 통해 기억을 쉽게 하고 상상력을 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영어의 특징은 강세가 있다는 점이고, 이 점이 한국어와 다르다. 그래서 영어는 강세 율격을, 한국어는 음절 율격을 사용하여야 읊는 맛이 나는 슬로건이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슬로건 두 개를 제안한다. 하나는 ‘서울의 혼, 사람의 혼 Soul of Seoul, Soul of Human!’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혼, 우리(의) 서울 Our Soul, Our Seoul!’이다. Soul과 Seoul의 흡사한 발음으로 리듬의 흐름이 유연하고 읊는 맛, 감기는 맛이 난다. 한국어 문구도 4·4조의 율격에 자음 ‘ㅅ’과 ‘혼’이 되풀이 되어 읊음이 유연하다. 의미적으로 서울은 사람의 혼이 깃든 곳, 곧 서울은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상상의 여운을 남긴다. 나와 너의 혼, 우리의 혼, 세계인의 혼이 모이는 곳으로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다. 이처럼 슬로건의 환기적 상상력이 작동된다면 서울브랜드는 신화적 위상을 얻게 된다. 현재 제작된 시각적 홍보물에 이 슬로건을 얹는다면 새 서울브랜드는 청각적으로도 큰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유일한 문자일 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독창성까지 지닌 한글이 우리 문자라는 것은 큰 행운이다. 끝으로 하나 더 제안한다. 영어 문구보다 한글 문구를 더 크게 써서 한글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드높이고 세계에 한국의 독창적인 문화를 알릴 수 있다.

최인령 언어학자
#서울#브랜드#슬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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