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절하 걱정말라지만… 돈 마구 풀면 한국 몸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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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위안화, 3대 기축통화로]

중국 위안화가 국제 기축통화 대열에 합류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30일 오전(현지 시간·한국 시간 1일 새벽) 미국 워싱턴 본부에서 집행이사회를 열고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기반 통화 편입을 결정했다. 미국 달러,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화에 이어 다섯 번째로 국제 기축통화로 인정받았다. 위안화의 SDR 편입 비율은 엔과 파운드화보다 높은 10.92%로 결정돼 단번에 세계 3대 통화로 부상했다. 편입 시점은 2016년 10월 1일부터다.

중국은 6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킨 데 이어 이번에 위안화의 SDR 통화 편입까지 확정지어 세계 2위 경제 대국에 걸맞은 금융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위안화 편입 결정 이후 기자들과 만나 “위안화의 SDR 통화 편입은 중국의 세계 경제로의 통합을 위한 중대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1일 “국제 경제·금융 무대에서 중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라는 국제사회의 많은 기대가 담겨 있다”며 금융개혁과 개방을 가속화하겠다고 다짐했다. 미국 재무부는 “편입을 지지한다”는 짧은 성명을 냈다.

위안화의 SDR 통화 편입은 중국 국내적으로는 개혁 개방이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고, 국제금융 체제에서는 미국 달러 주도의 패권 구도에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머지않은 미래에 그린백(greenback·미국 달러화)과 레드백(redback·위안화) 간 패권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①커지는 책임과 예상 개혁조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결정은 중국이 보다 강력하게 경제개혁을 하도록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며 “위안화가 세계 3대 기축통화가 된 만큼 보다 큰 책임감을 가지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런민은행 통화정책 고문인 황이핑(黃益平) 베이징(北京)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 확대와 시장 주도 금리, 자본 계정의 추가 개방, 해외에서의 위안화 사용 확대 등을 중심으로 한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SCMP는 개인의 직접적인 해외 증권 투자, 선전(深(수,천))과 홍콩 증시의 상호투자(선강퉁) 등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②정치적 편입 논란

위안화는 올해 8월까지만 해도 ‘부적합’이라고 IMF가 밝혔으나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판단이 바뀌었다. ‘정치적 결정’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안화가 국제 무역거래에서의 활용도는 상당히 높지만 또 다른 요건인 외환시장에서의 거래 편의성은 여전히 낮아 편입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IMF는 성명을 통해 “위안화가 자유롭게 사용되는 통화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니컬러스 라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IMF에 의해 제기된 위안화 운영상의 문제들을 올해 여름 대부분 수정해 이번에 편입 승인을 받았다”며 규칙을 왜곡한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③미국은 왜 지지했나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올 4월 “위안화가 아직 부적합하다”고 말해 위안화 편입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루 장관은 지난달 15일 터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왕양(汪洋)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를 만나 “IMF 기준을 충족한다면 지지하겠다”며 반대 뜻을 접었다.

WSJ에 따르면 미 관리들은 위안화가 기축 통화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췄느냐는 점에선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지만 위안화 편입이 런민은행 내 개혁주의자들이 경제 자유화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④위안화 국제화에는 날개

위안화의 SDR 통화 편입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탠더드차터드은행은 앞으로 5년간 위안화 표시 외환보유액이 1조 달러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에서도 위안화 사용이 늘어나게 된다. 특히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기존의 미국 달러에서 위안화로 갈아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⑤‘중국판 양적 완화’ 가능성

중국이 SDR 편입 분위기 조성을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약세를 막았으나 이제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환율 인상(평가 절하)에 나설지가 관심사다. 더욱이 중국이 기축통화 지위를 이용해 금리 인하와 유동성 확대 등 ‘중국판 양적 완화’로 경기 부양에 나설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이강(易鋼) 런민은행 부행장은 1일 기자회견에서 “위안화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는 불필요하다”며 “현재 시행하고 있는 관리 변동환율제의 기본은 SDR 편입 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⑥위안화 편입이 중국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중국 경제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위안화 파워’를 활용한 다양한 정책 수단을 마련할 수 있고, 중국에 대한 증권 및 채권 투자 증가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위안화 기축통화 효과’로 중국 경제가 호전되면 중국을 주요 교역 상대국으로 하고 있는 국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중국#위안화#기축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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