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된다면 北 사람이든 南 사람이든 상관 없어”… 中서 만난 北기업 주재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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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개국 4주년 기획, 北-中 국경 ‘자본주의 바람’]
“초코파이 이젠 北도 똑같이 만들어… 1년에 5만달러 가량 黨에 송금”

“현재 북한 경제에서 가장 시급한 건 투자 유치입네다.”

중국 동북지역의 한 도시에서 채널A 취재진과 만난 북한 기업소 중국 주재원 박진호(가명·58) 씨는 “북한의 기술력이 많이 향상됐기 때문에 투자만 있으면 충분히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평양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노동당 간부로 20년가량 일한 뒤 2년 전 중국에 파견됐다. ‘외화벌이’ 일꾼이 된 것이다.

박 씨는 대북 투자를 전면 금지한 5·24조치 이후 한국과의 경제 교류가 단절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국이 기술과 공장 설비를 제공하는 식으로 북한에 투자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북한 경제 사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씨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지급받았던 초코파이를 이제 북한 내에서 똑같이 만들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과거 북한 주민들은 중국에서 수입한 식료품이나 화장품을 선호했지만 최근 북한산 상품을 더 찾을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박 씨는 “중국 제품은 가짜가 많지만 북한 제품은 안전하고 질도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 내 개방화 조짐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시장이 많이 생겨 돈이 많은 개인이 늘어났지만 아직 개인 기업이 없고 철저하게 국가가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지금 형편에서 좀 더 나은 경제 방법이 있을까 연구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중 간 경제협력 분위기는 활기를 되찾았다고 강조했다. 박 씨는 “요즘 중국에서 평양에 가려면 기차표를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며 “3, 4일 전에 예약하려고 해도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했다. 박 씨는 중국 내 사업을 통해 매년 5만 달러가량을 당에 송금한다. 그는 “한번 임명하면 (지원은) 끝”이라며 “여기 생활비만 연간 5만 달러 이상 필요하니 적어도 매년 10만 달러는 벌어야 적자를 면한다”고 털어놨다. 중국인이나 조선족은 물론이고 남한 사람까지 만나는 것을 피하지 않는 이유라고 했다. “아니, 주머니에 (돈을) 챙겨야 하는데 조선 사람이고 남한 사람이고 무슨 소용입네까. 안 그렇습네까?”

김유림 채널A 기자 rim@donga.com
#채널a#북한#중국#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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