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 의원, 위기의 문재인 대표 대체할 역량 있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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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어제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를 거부하고 역으로 ‘혁신 전당대회’를 제의했다.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뽑자는 것은 사실상 문 대표 사퇴 요구이자 현 문 대표 체제에 대한 비토와 다름없다. 문 대표는 “의견을 두루 듣고 판단하겠다”면서 즉답을 피했으나 안 의원의 역제의를 거부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처지다.

새정치연합 출범 이후 가지각색의 내부 갈등이 하루도 그치지 않았지만 핵심은 친노(친노무현) 주류와 호남 비주류 세력 간 권력 투쟁이다. 호남 비주류 측은 문 대표를 앞세운 친노 주류가 내년 총선에서 자신들을 배제하려 한다고 의심한다. 천정배, 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탈당해 호남 기반의 신당 창당에 나선 것도 “문 대표로는 안 된다”는 민심을 읽었기 때문이다. 문-안-박 연대 제안도 호남에선 ‘영남주자 연대’로 호남을 고립시키는 전략으로 본다. 지금까지 주요 고비마다 철수(撤收)를 일삼았던 안 의원이 오늘은 광주를 찾아 자신이 호남 비주류의 대표주자로 나설 것을 천명할 모양이다.

친노 주류 쪽은 호남 비주류 세력이 ‘친노 공천’을 우려해 문 대표를 흔든다고 보고 있다. 안 의원은 두 달 전 문 대표의 재신임 파문 때 혁신만 요구할 뿐 혁신위원장 제안을 받지도 않았다. 당내에선 문 대표의 재신임을 결의한 당 중앙위 결정을 뒤집는 안 의원의 쿠데타라는 비판이 나오는 형편이다. 만약 안 의원의 제안대로 전당대회가 열리고 친노가 똘똘 뭉쳐 문 대표나 다른 친노 주자를 다시 대표로 뽑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안 의원에게 과연 당내 계파 갈등을 청산하고 새누리당의 절반에 불과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역량은 있는가.

문 대표든 안 의원이든, 또 친노든 비노든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혁신과 통합이다. 그러나 그 명분을 한꺼풀 벗기면 총선 공천권을 확보하고 자신들을 중심으로 제1야당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임을 모를 사람은 없다. 고 김영삼(YS) 김대중(DJ) 시대의 야당에도 계파 싸움은 있었지만 협력할 일에는 협력할 줄 알았다. YS가 3당 합당으로 여당에 옮겨간 이후 DJ 중심의 야당에 운동권 세력이 합류하면서 매사를 선악의 대립으로 보는 투쟁 일변도의 정치가 체질화했다. 이것이 현재의 새정치연합이고 위기의 본질인 것이다.

민생 운운하면서도 실제론 반미(反美)와 반(反)자유무역협정(FTA) 같은 1980년대식 행태에 매달리는 새정치연합은 수권정당의 믿음을 줄 수 없다. 운동권적 체질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제1야당에 누가 대표가 되고, 어떤 지도부가 들어서든 국민의 마음을 돌려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안철수#문재인#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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