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 다나의원, 원장대신 간호조무사 부인이 불법 채혈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9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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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 간염 무더기 전염 사태가 벌어진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원장의 부인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병원은 수액주사 외에 다이어트 목적의 피하주사에서도 주사기를 재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다나의원의 원장 부인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9일 밝혔다. 때문에 원장이 교통사고를 당해 뇌손상을 입은 2013년 이후 실질적인 운영을 병원 원장이 아닌 원장의 부인이 해왔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원장 부인은 채혈을 지시하는 등 의료법 위반 혐의로 이미 경찰에 고발된 상태다. 현행 의료법상으로 채혈 지시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아닌 의사만 가능하다.

또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다나의원에서 배에 피하주사를 놓은 다음 저주파 치료기를 부착하는 다이어트 시술을 했었고, 이 과정에서 피하주사의 주사기도 재사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 주사기에서는 C형 간염 바이러스가 검출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28일까지 다나의원에서 발생한 C형 간염 환자가 76명이다. 전체 검사대상자 2268명 중 현재까지 검사 받은 사람은 779명이다. 이중 53명은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돼 현재 감염중인 상태나 중증 합병증이 확인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료법에 환자 안전에 대한 부분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는 주사기를 비롯한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없다. 또 의사의 비윤리적 진료 행위에 대한 명확한 처벌 기준 역시 없다. 포괄적 조항으로 처벌 규정이 있지만 1개월간 의사 면허가 정지되는 수준에 그친다.

또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견제와 감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법 조항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현행 의료법에 의사와 긴 시간 밀접하게 근무하는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부당한 지시나 행동을 봤을 때 ‘신고의무’를 명시한 조항이 없다. 자발적으로 신고를 해도 국민권익위원회의 기준에 따른 ‘공익 내부고발자’에 대한 포상을 하는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사-간호(조무)사 간 위계질서가 엄격한 문화에서 포상금을 더 높혀도 신고율이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내부고발 후 ‘업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재취업이 힘들기 때문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고의무를 강화할 경우에 간호사가 이같은 불이익과 형사처벌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부담감만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복지부는 29일 의료인협회의 교육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육은 다나의원의 원장 부인이 대리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복지부는 의료인이 직접 출석해 교육을 받았는지 여부를 면밀히 감시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 또 복지부는 전문가와 의료인단체 등이 참여한 ‘의료인 면허신고제 개선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김수연기자 sykim@donga.com, 황성호기자


#다나의원#c형 간염#주사기 재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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