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내출혈로 몸 불편해져 주사기 재사용”… ‘C형간염’ 다나의원 원장 진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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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사고뒤 손떨림 후유증… 며칠씩 반복해 쓴 적도 있다”
3~5개 약제 섞어 수액주사도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가 확인된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은 3∼5개의 약제를 섞은 일명 피로 해소용 ‘칵테일 주사’를 수액주사를 통해 투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A 원장(52)이 2012년 교통사고로 뇌내출혈을 겪은 뒤 거동이 불편해졌고, 말투마저 어눌해졌음에도 환자들이 이 의원을 꾸준히 방문한 것은 이 주사를 맞기 위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된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26일 “최근 이런 내용을 확인하고 A 원장이 주로 사용했던 약제에 대한 성분 분석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뢰했다”며 “현재로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정확한 약제 성분 파악을 위해 분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A 원장은 최근 진행된 역학조사에서 “2012년 교통사고로 뇌내출혈을 겪은 뒤 몸을 움직이는 게 어려워졌고, 손도 많이 떨렸다”며 “새로운 주사기를 써야 할 때마다 새 주사기를 가져오고, 포장 상태에서 꺼내고 하는 게 번거로워 주사기 재사용을 반복했다”고 진술했다. 또 “한 개의 주사기를 하루 이상 반복해서 사용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밝혔다. A 원장은 거동이 불편해 옆에서 누군가가 부축해 줘야 하며 손도 많이 떨리는 상태다. 실제로 손에는 주삿바늘에 찔린 흔적이 여러 군데 발견됐다.

A 원장이 정확히 어떤 이유와 목적 때문에 ‘주사기 재사용 불가’란 기본 수칙을 어겼는지는 밝혀지지 않아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A 원장은 2012년 전에는 주사기를 재사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병원에 근무했던 사람으로부터 ‘개원한 2008년부터 주사기 재사용이 있었다’는 진술이 나와 모든 환자를 조사로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나의원에는 하루 평균 20여 명이 수액주사를 맞기 위해 찾았는데 이 중 상당수가 특정 종교 단체 소속 사람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 중인 한 의사는 “특정 종교 단체 소속의 사람들이 자주 찾고 병원 내부가 지저분하다는 소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감염이 확인된 67명(전체 조사 대상자 2268명 중 600명 검사 진행) 중 절반 정도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병원을 다녔던 사람들이다. 또 감염자들의 평균 내원 횟수는 240회로 비감염자들(평균 15회)의 16배 정도였다. 의료계에선 1, 2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수액주사를 통해 영양제 등을 공급받는 이들이 많을 경우 내원 횟수 자체에는 특이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보건 당국은 다나의원에 대해 의료기관 업무 정지와 의료인 자격 정지를 결정했고, 간호사들에게 채혈을 지시하는 등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된 A 원장의 부인에 대해선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또 병원을 다녀간 환자들을 모두 추적해 C형 간염뿐 아니라 B형 간염과 에이즈 등에 대한 감염 여부도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보건당국과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료인을 대상으로 3년마다 실시하는 보수 교육 기준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단순히 교육 과정만 이수하면 면허가 유지되는 방식으로는 문제 의사를 걸러내지 못한다”며 “주기적으로 의사의 인지 상태와 건강 상태 등을 측정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황성호 기자
#c형간염#다나의원#주사기 재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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