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일낸 샤오미… 전동스쿠터 가격 90% 낮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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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가 19일 발표한 1인용 전동스쿠터 ‘나인봇 미니’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샤오미 제공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가 19일 발표한 1인용 전동스쿠터 ‘나인봇 미니’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샤오미 제공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小米)가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번에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세그웨이’라는 브랜드명으로 흔히 불리는 1인용 전동스쿠터와, 디스플레이와 작동부가 분리된 새로운 스타일의 60인치 대형 TV다. 샤오미는 19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北京) 크라운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전동스쿠터 ‘나인봇 미니’와 스마트TV ‘미(mi)TV3’를 각각 공개했다.

이번에 발표된 제품들은 ‘IT 만물상’으로 불리는 샤오미가 지금까지 내놓은 스마트폰과 에어컨, 공기청정기, 웨어러블 기기 등과 달리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갖췄고 새로운 기능까지 추가했다. 전자업계에서는 “2010년 설립된 신생 기업 샤오미가 ‘추격자’에서 벗어나 ‘선도자’로 나서려 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와 국내 IT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 원조 업체 인수 반년 만에 가격 90% 낮췄다

‘나인봇 미니’는 가격과 개발 기간, 성능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제조업계에 충격을 줬다. 이날 샤오미가 공개한 중국 내 판매가격은 1999위안(약 35만 원). 세그웨이를 비롯한 기존에 판매되던 1인용 전동스쿠터의 가격은 보통 300만∼400만 원 안팎에서 고가 제품의 경우 1000만 원이 넘는다. 사실상 90% 이상 가격을 낮춰 버린 것이다.

하지만 성능은 평균 이상이다. 나인봇 미니는 스스로 균형을 잡으면서 시속 16km로 달릴 수 있고, 최대 15도의 경사진 길도 올라갈 수 있다. 한 번 충전으로 22km 주행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으로 원격조종을 하고 도난방지 알람을 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능은 1인용 전동스쿠터에는 처음으로 적용됐다. 직접 제품을 시연한 레이쥔(雷軍) 최고경영자(CEO)는 “나인봇 미니는 세계 최초의 원격조종 자동차”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으로 시작한 샤오미가 2012년 설립된 중국 스쿠터 업체 나인봇을 인수한 건 불과 1년 전이다. 이후 1인용 전동스쿠터의 원조 격인 미국 세그웨이가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소하자 올해 4월 샤오미는 아예 세그웨이를 인수해 버렸다. 그 후 단 6개월 만에 혁신적인 새 제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은 것이다.

샤오미가 내놓은 60인치 스마트TV ‘미(mi)TV3’는 디스플레이와 작동부를 분리하는 새로운 방식을 택했다. 샤오미 제공
샤오미가 내놓은 60인치 스마트TV ‘미(mi)TV3’는 디스플레이와 작동부를 분리하는 새로운 방식을 택했다. 샤오미 제공
60인치 스마트TV ‘미TV3’는 디스플레이와 작동부(스피커를 포함한 메인보드)를 분리한 새로운 방식을 채택했다. 샤오미는 이를 통해 선 정리가 좀 더 간편하고, 메인보드 교체를 통해 TV를 계속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격은 경쟁사 동급 제품의 60% 수준인 4999위안(약 88만 원)에 불과하다.

○ 철저한 외주·활발한 소통

샤오미의 생산 구조는 미국 애플과 유사하다. 본사 직원들은 연구개발(R&D)과 기획, 디자인에 집중하고 제조는 외주 업체에 맡긴다. 하드웨어 제품을 팔지만 소프트웨어 인력이 주를 이룬다는 점도 애플과 같다. 여기에 신생 벤처기업의 과감함을 더했다. 국내 전자업체 관계자는 “아직 시장이 제대로 열렸다고 보기 힘든 1인용 이동수단 분야에 재빠르게 나서는 행보가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넷을 통한 사용자와의 활발한 소통 역시 샤오미가 소비자 입맛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비결로 꼽힌다. 샤오미 사용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제품의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샤오미는 이를 빠르게 반영한다. ‘샤오미 인사이트’의 저자 허옌은 “자발적인 마케터로 활동하는 900만 명의 팬층과 7000만 명의 사용자 전부를 기획자이자 개발자로 만드는 개방적 시스템은 구글과 애플조차 시도해 보지 못한 혁신”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샤오미의 ‘파괴’에 가까운 가격경쟁력을 설명하기 어렵다. 여타 중국 기업처럼 정부의 지원 덕택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옥현 서강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중국 기업은 사용하지 않는 장비의 감가상각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등 다른 나라 기업과 원가 체계가 다르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샤오미#전동스쿠터#미tv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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