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단, 창의적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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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브리지 생각의 힘/존 판던 지음·유영훈 옮김/280쪽·1만3500원·RHK

영국의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를 합친 말인 ‘옥스브리지’는 입학을 위한 면접 질문이 황당하고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테면 ‘자연은 자연스러운가?’ ‘개미를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까’ 등의 질문으로 응시생의 말문을 막히게 만든다. 전작인 ‘이것은 질문입니까’의 원제인 ‘스스로 영리하다고 생각하나?(Do you think you‘re clever?)’ 또한 두 대학의 실제 면접시험에서 나온 질문이다.

이 책은 옥스브리지에 실제 나온 면접 질문들을 다룬 두 번째 책이다. 원제는 전작을 살짝 변형한 ‘여전히 스스로 영리하다고 생각하나?(Do you still think you’re clever?)’다.

책은 37개의 면접 질문과 이에 대한 저자의 답변으로 구성됐다. ‘나체의 세 여성 가운데 누구를 고를지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답하라’부터 ‘경찰에 들키지 않고 누군가를 독살할 방법을 계획해보라’ ‘국가의 운영을 이케아의 경영진에게 맡기면 어떨까요?’…. 이 책에 담긴 질문들은 나의 지식과 사고력을 시험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여기에 ‘지구는 어느 방향으로 돌죠?’나 ‘왜 인간의 눈은 두 개일까요?’ 등 우문(愚問)들도 있다. 어떤 답을 해야 할지 갈피조차 못 찾고 저자의 답변을 슬쩍 훔쳐보면 옥스브리지는 아무나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는 자괴감마저 든다.

하지만 저자는 면접관들이 좋아할 만한 모범답안을 내놓는 것이 이 책의 의도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 대신 질문을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는 창의력과 막연한 생각에 살을 붙여 큰 덩어리로 만드는 논리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보다 책장을 잠시 덮고 생각하기 좋은 책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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