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글날, 中관광지 엉터리 한글 안내-메뉴판… 어떤 단어일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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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 욕실… 오징어 폭발… 김쌀
영어 등 구글 번역 그대로 쓴 탓… “잘못된 표기 수정해야” 지적

중국 윈난 성 리장 시(위)와 허난 성 타이항 산에 잘못 표기돼 있는 한글 안내판의 모습. 인터넷 캡처
중국 윈난 성 리장 시(위)와 허난 성 타이항 산에 잘못 표기돼 있는 한글 안내판의 모습. 인터넷 캡처
최근 중국 허난(河南) 성 타이항(太行) 산을 여행하고 돌아온 김현숙 씨(56)는 여행지에서 본 이상한 한글 안내판을 잊지 못하고 있다. 산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조그만 전망대에 있던 안내판에 한글로 ‘하지 말고 붐비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던 김 씨는 병기된 영문(Please do not crowded)과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을 금지한다는 뜻의 그림을 보고서야 무슨 내용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추락 등의 위험이 있으니 많은 사람이 한데 모이지 말라는 의미였다.

569돌 한글날(9일)을 맞아 해외에서 잘못 쓰인 한글 표지판 등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개인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해외에서 접한 황당한 한글 표지판, 메뉴판에 대한 글이 많이 올라 있다. 이 같은 오류는 주요 관광지에서 표지판 등에 한글을 병기하고 있는 중국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허난 성 뤄양(洛陽) 시내 한 관광지 안내판에는 ‘산을 오르지 마세요’가 ‘산을 오르지 마’라는 반말로 돼 있다. 구이린(桂林) 시 안내판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영어(Accessible Toilet)를 직역한 ‘접근성 욕실’로 표기돼 있다. 윈난(雲南) 성 리장(麗江) 시 표지판에는 ‘여러분의 아이들을 돌봐주세요’라는 뜻의 표기가 ‘좀 돌봐주세요 너는 어린이’라고 돼 있다. ‘낙석을 주의하고, 주의 깊게 살펴 통과하라’는 뜻의 안내판에는 ‘나는 돌에 주의하고 통행인은 조심 하십시오’라고 써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에 비치된 메뉴판에도 황당한 한글 표기가 많다. 오징어튀김의 경우 ‘오징어를 폭발한다’라고 돼 있는 경우가 많다. 김밥은 ‘김쌀’, 생선가지볶음 요리는 ‘생선 맛이 가지’ 등으로 표기돼 있다.

중국에서 한글 오류 표기가 많은 것은 현지 지방정부나 개인이 중국어를 구글 번역기 등을 사용해 한국어로 번역한 뒤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에서 중국어와 병기된 황당한 한글 간판 가운데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도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중국이 한국인을 위해 한글 표지판을 만들어 주는 것은 좋지만 잘못된 한글 표기로 인해 오히려 효과가 반감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관광객들의 제보를 받아 중국에서부터 차례로 오류를 수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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