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TV]‘그녀는…’ 뻔했다 vs 재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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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만에 시청률 10% MBC ‘그녀는 예뻤다’ 여기자 2명이 본 느낌

《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혜진(황정음)은 어릴 적엔 예뻤으나 역변(逆變·못생기게 변함)해 지금은 못생긴 여주인공이다. 반면 어릴 적 뚱뚱했다가 훈남이 된 성준(박서준)은 과거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준 혜진을 잊지 못한다. 시청률 20%에 가까운 SBS ‘용팔이’를 상대로 시작한 이 로맨틱 코미디는 첫 회 4.8%(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최근 방영된 6회에선 10%를 돌파했다. 문화부 여기자 2명이 이 드라마의 시청률 역주행 이유를 곱씹어봤다. 》

방송 6회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한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여주인공 혜진(황정음). 악성 곱슬머리에 주근깨 가득한 얼굴로 변한 그녀에게 초등학교 첫사랑이 찾아온다. MBC 제공
방송 6회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한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여주인공 혜진(황정음). 악성 곱슬머리에 주근깨 가득한 얼굴로 변한 그녀에게 초등학교 첫사랑이 찾아온다. MBC 제공
▽염희진=역변은 국내 드라마에서 희소한 설정이긴 해. 여주인공의 몸속에 꽁꽁 숨어 있던 주근깨와 악성 곱슬머리 등의 유전자가 뒤늦게 발현된 건 뭐 그렇다 치자. 그런데 못생기면 패션 센스까지 그렇게 꽝일 필요가 있을까.

▽이새샘=상투적이긴 해도 로코의 설정이 그런 거 아니겠어.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봐. 외모에 자신감 없는 여자, 까칠한 남자, 그리고 나를 지켜주는 남자…. 뻔한 설정이어도 흘러가는 과정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느냐가 중요하지.

▽염=여주인공 캐릭터에는 감정이입이 잘되는 거 같아. 왜 있잖아. 추레하게 하고 나온 날, 이날만큼은 어릴 적 첫사랑을 만나는 일은 피하고 싶다 생각하잖아. 혜진이를 보면 나이 들며 역변해가는 내가 떠올라 마음이 짠해. 미국 드라마 ‘어글리 베티’와 비슷한 게 많아. 못생긴 여주인공 베티가 잡지사에서 일하는 배경도 비슷하고. 그런데 로코의 여주인공은 망가져야 재밌는 걸까.

▽이=평범한 혹은 못난 여주인공의 등장 법칙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공식 같은 거지. 예쁜 여자가 사랑받는 스토리에 남녀노소 공감할 수 있겠어? 난 혜진의 절친인 하리(고준희)를 비중 있게 배치한 게 신선해 보였어. 보통 여주인공과 함께 사는 여자친구는 감초 역에 그쳤잖아. 이 드라마의 성패는 여자의 우정이 사랑 때문에 어떻게 바뀌는지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리느냐에 달렸다고 봐.

▽염=6회에서 하리가 성준에게 마음을 고백하자 이미 시청자 게시판은 하리 출연 분량을 줄여 달라며 시끌시끌하던데. ‘민하리=민폐리’라는 별명도 생겼어. 하리의 어두운 가정사가 밝혀지긴 했지만 그게 친구의 첫사랑을 뺏을 명분은 되지 않지.

▽이=황정음은 ‘골든타임’ ‘비밀’ 등에서 쌓아온 연기력이 이 작품에서 만개한 것 같아.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쓴 작가가 당시 작품을 함께 했던 황정음을 제대로 활용했다는 생각이 들어. ‘더 모스트’ 편집장인 황석정은 과한 분장이긴 하지만 배우로서 열정이 느껴지고 성준 역의 박서준도 전형적이지만 나쁜 남자 캐릭터를 충실히 구현하고 있어.

▽염=신혁(최시원)도 돋보이던데. 약간 과장된 듯하지만 능글맞은 표정은 꼭 할리우드 배우들이 연기하는 방식 같았어. 반면 성준의 독설은 너무 과해. 회의 때 말하기를 주저하는 혜진을 보고 “말 못해요? 유치원생인가. 삐악삐악. 어디가 좀 모자라요”라고 묻거나 “언어장애 있나”라고 말하니 비호감이 돼 버렸어.

▽이=나쁜 캐릭터로 나와야 성준이 혜진의 존재를 알게 될 때 피눈물 흘릴 테니까. 이 드라마는 상황을 풀어가는 방식이 마냥 뻔하지는 않은 것 같아. 성준은 왜 냉장고에 물만 가득 채워 놓고 신혁은 왜 호텔에 혼자 살까. 하리와 혜진의 우정은 사랑 앞에서 어떻게 변할까. 뭔가 예측을 빗나갈 것 같아.

▽염=맞아. 다들 혜진이 예쁘게 변하고 성준과 맺어질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혜진의 외모가 안 변한 채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들고. 그런데 여주인공이 계속 못생기고 옷도 못 입으면 협찬받기 힘들겠지?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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