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비리 충암高, 위생 엉망에도 우수등급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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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중고교 1326곳 중 C등급 2곳뿐… D는 아예 없어
위생불량 방치해도 제재 못해… 市교육청 급식점검 하나마나

서울 충암중고교가 식재료 횡령 및 저질 급식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의 초중고교 급식 위생점검이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시교육청이 점검 평가에서 모든 학교에 점수를 후하게 주는 데다 그나마 지적 사항을 지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드러난 충암중고교는 최근 3년간(2013∼2015년) 시교육청 위생·안전점검에서 △조리실 청소상태 불량 △수도관 누수 △식기구 세척상태 미흡 △반찬통 세척 미흡 △당·나트륨 저감화 계획 미수립 △바닥 파손 △창고 환풍기 고장 등을 지적받았다. 이 가운데 청소상태 불량과 환풍상태 미흡은 매년 지적받은 내용이었다.

충암중고교는 올해 상반기 관할 서부교육지원청의 위생점검 평가에서 관내 135개 초중고교 중 135위, 지난해 하반기 위생점검에서도 134개 학교 중 134위였다. 하지만 모두 위생·안전점검(A∼E등급·D, E는 재점검 대상)에서 ‘대체로 우수’인 B등급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 위생·안전점검을 받은 서울지역 전체 초중고교 1326개교에서 재점검 대상인 D등급 이하는 한 곳도 없었다. C등급을 받은 학교도 2곳뿐이다. 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이 학교들의 평가결과도 등급으로만 공개하고 지적 사항이나 점수는 공개하지 않는다. 재작년까지는 위생점검 평가점수는 공개했지만, “점수가 드러나면 학교끼리 비교되고,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야 한다”라는 영양교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지난해부터 방침을 바꿨다.

위생과 관련된 부분 중 상당 부분이 비용 등의 문제로 개선하지 않아도 더이상 문제 삼을 수 없는 ‘지도 권장사항’으로 분류돼 있는 것도 문제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바닥 파손을 방치하거나 환풍기 시설이 파손되는 등의 문제가 있어 개선을 요구해도 학교가 예산 등을 이유로 지키지 않을 경우 별다른 제재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도 시정 조치하겠다고 밝히면 서면 조치로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충암고는 법령 위반 사항으로 올해 상반기에 ‘식기구 세척상태 미흡’ 지적을 받았고 하반기 위생점검 평가에서도 비슷한 내용인 ‘반찬통 세척 미흡’ 지적을 받았으나 학교가 시정한다고 밝혀 별도의 행정조치는 없었다.

한편 충암중고교는 이날 학부모와 학생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급식비리 의혹을 전면 부인한 가운데, 시교육청은 이 학교가 회계비리까지 저지른 정황이 있다고 보고 감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급식비리#충암고#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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