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개는 정말 TV를 즐기고 있는 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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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끄는 반려견 전용 방송

반려견 전용 방송을 보기 위해 TV로 고개를 돌린 개. 화면에서 당구공이 움직이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호기심을 보였다. 해피독티비 제공
반려견 전용 방송을 보기 위해 TV로 고개를 돌린 개. 화면에서 당구공이 움직이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호기심을 보였다. 해피독티비 제공
최근 애견인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TV 채널이 있다. 반려견 전용 방송이다. 시청자가 사람이 아니라 반려견이다. 홀로 집을 지키는 반려견의 심신을 안정시키기 위한 용도라고 한다.

방송 내용도 철저히 반려견에 맞췄다. 주인과 산책하며 봤음직한 공원이나 도로변의 풍경이 나오기도 하고, 개를 품에 안고 교감하는 사람의 모습도 등장한다. 개를 근접촬영한 화면도 종종 나온다. 개는 정말 TV를 즐길 수 있을까.

개가 인식할 수 있는 색깔 수는 사람보다 적다. 눈의 망막에는 색깔을 구별하는 원추세포가 있다. 사람은 빨강 파랑 녹색 빛을 인식하는 3가지 원추세포를 갖고 있어 대부분의 색을 인지하는 반면 개는 노란색과 보라색 빛을 인식하는 2가지만 갖고 있다. 곽상기 해피독티비 대표는 “노란색과 보라색 소품을 많이 활용하거나 윤곽을 더 강하게 조정해 개가 영상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제작한다”고 말했다.

개의 시야각도 고려해야 한다. 종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개의 시야각은 200∼270도로 160도인 사람보다 훨씬 넓다. 이 때문에 반려견용 영상은 넓은 화면으로 찍는 경우가 많다. 또 개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카메라맨이 무릎을 꿇거나 바닥에 엎드려 촬영한다.

한편 개는 동체시력(빠르게 움직이는 사물을 식별해내는 능력)이 뛰어나 TV로 영상을 보면 화면이 끊어지듯 보일 가능성이 있다. 현재 아날로그 방송은 1초에 화면이 30번 바뀌는 30프레임으로, 디지털 지상파 방송은 60프레임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사람의 원추세포는 이 정도 수준의 변화는 인지하지 못해 영상을 연속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개는 1초에 70∼80번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어 정지된 화면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수의안과 전문가인 노엘 라 크로이스 미국 롱아일랜드 동물병원 박사는 병원 홈페이지에 올린 ‘내 개는 TV를 볼 수 있을까?’라는 칼럼에서 “120프레임 TV가 출시된 만큼 여기에 적합한 영상이 제작된다면 개도 자연스러운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와 함께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고양이를 위한 전용 방송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고양이의 시각은 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양이의 망막에도 노란색과 보라색 빛을 구분하는 2가지 원추세포가 있고, 동체시력도 개와 비슷하다.

이웅종 천안연암대 동물보호계열 교수는 “개는 사람의 관심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습성이 있어 TV를 보는 행동을 칭찬하다 보면 TV 시청 습관을 기를 수 있다”며 “고양이는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습성이 있어 TV 시청 습관을 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반려견#전용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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