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성택]전역 미룬 20대 병사들… 자리 연연 예비역 4성장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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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택·정치부
정성택·정치부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동안 병사들은 “북한군과 맞서겠다”며 전역도 미뤘다. 하지만 육군 1군사령관을 지낸 한 예비역 4성 장군은 “전역 후의 자리를 지키겠다”며 요지부동이다. 같은 군인이라고 하기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열린 점심 식사. 전역을 미룬 장병들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이날 참석한 장병 86명은 남북이 최악의 군사적 충돌 위기로 치달을 때 전역을 미루며 전우 곁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북한 지뢰 도발로 크게 다친 하재헌(21), 김정원 하사(23)의 흔들림 없는 의지와 정교성 중사(27)를 비롯한 수색병력의 의연한 대응은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전역을 연기한 젊은 병사와 부사관 161명은 자기밖에 모르는 연약한 철부지들이 아니었다. 전방 7사단에서 전역을 연기한 김지수 병장(21)은 “전역 후에도 나라가 부르면 주저 없이 전선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런 ‘신(新)안보세대’의 등장을 두고 6·25전쟁 당시 정신력으로 승리한 ‘백마고지 전투’의 혼이 되살아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전투에서 한국군 1개 사단은 중공군 3개 사단에 맞서 싸웠다. 10일간 고지 주인이 24차례나 바뀌는 동안 우리 군은 총알이 없으면 물어뜯어서라도 적을 물리쳤다. ‘물러서지 않는다’는 불굴의 정신이 전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그러나 올해 77세의 조남풍 재향군인회장은 4월 취임 후 ‘돈 선거’ 의혹에 휩싸였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안보특보를 맡았다. 게다가 자리에 앉자마자 공개채용 및 연령 제한 규정을 어기고 부실 인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향군인회의 관리 감독 기관인 국가보훈처는 규정을 어긴 25명의 인사를 취소하라고 명령했지만 이 중 21명은 그대로 앉아 있거나 오히려 승진했다. 보다 못한 보훈처는 조 회장의 직무정지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럼에도 조 회장은 보훈처의 권고를 무시하고 국정감사와 검찰 수사를 앞둔 채 해외 출장을 갔다.

조 회장은 전역을 연기한 20대 병사들의 대선배다. 하지만 자리에 연연하는 조 회장의 모습을 보는 후배들이 과연 그를 진정한 대선배라고 생각할까.

정성택·정치부 neone@donga.com
#전역#병사#4성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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