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승부조작과 불법베팅… 혼동해선 곤란한 범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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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스포츠부 차장
이승건·스포츠부 차장
개막을 열흘 앞둔 프로농구에 설렘 대신 우려가 가득하다. 김영기 한국농구연맹(KBL) 총재의 말대로 “축제 분위기에서 시즌을 맞아야 하는데 먹구름이 가로막고” 있다.

프로농구 선수 8명이 스포츠 도박에 돈을 걸거나 관여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지난달 29일 전해졌다. 그중 4명은 얼굴도 공개됐다. 이달 초로 예정된 경찰의 발표를 기다려온 KBL과 각 구단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명이 거론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전창진 전 KGC 감독이 스포츠 도박과 승부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은 데 이어 다시 한번 실명 공개에 따른 ‘핵폭탄’을 맞은 셈이다.

사설 스포츠 도박사이트에 베팅을 하는 것은 운동선수뿐 아니라 일반인도 불법이다. 베팅 금액과 기간 등에 따라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다. 하지만 승부조작과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관련 기사들에 달린 댓글을 보면 어김없이 승부조작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 도박과 승부조작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밝혀진 것도 없는데 프로농구 전체가 ‘거대한 도박판’으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선수들은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도 구매할 수 없다. 설령 자신과 관련이 없는 종목 또는 팀에라도 베팅을 하면 범죄자가 된다. 합법적이라도 도박에 중독되면 승부조작의 유혹으로 빠져들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경찰이 승부조작 혐의는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구단 관계자는 “수사를 받은 선수와 면담을 했는데 대학을 다닐 때는 한 게 맞지만 프로에서는 안 했다고 하더라. 당시의 일이라면 관련법이 만들어지기 전이라 불법도 아니다. 거짓말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팬들을 우롱하는 승부조작은 프로농구 근간이 흔들릴 일이다. 연루자는 영구제명을 시키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를 받는 선수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프로농구가 매도되는 것은 지나치다. 선수들의 명단을 노출한 경찰은 조속히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혼란을 줄일 수 있다. 아무쪼록 이번 일이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승건·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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