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통합 삼성물산… 단숨에 시총 3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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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출범…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실질적 지주회사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정점에 위치하게 될 통합 삼성물산이 1일 출범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16.5%)인 이 회사는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 그룹 주력 계열사들을 직접 지배하게 된다. 다만 삼성그룹으로서는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내놓은 ‘주주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합병 시너지 효과 가시화, 신성장동력의 핵심인 바이오사업 육성, 신규 순환출자 고리 정리 등 세 가지가 핵심이다.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은 31일 종가 기준으로 31조5400억 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에 이은 시총 3위의 거대 회사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당분간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건설 등 4개 부문의 사업 영역을 유지하고 최치훈 사장(건설), 윤주화 사장(패션), 김신 사장(상사), 김봉영 사장(리조트·건설) 등 4명의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된다”며 “전사조직을 신설하고 4개 부문의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하는 시너지협의회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우선 재무제표 등을 관장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 조직부터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옛 삼성물산 및 제일모직 CFO 조직을 통합하는 것이다. 실제 삼성물산의 사내이사로는 CEO 4명 외에 옛 삼성물산 사내이사였던 이영호 부사장(경영지원실장)만 포함된다. 옛 제일모직 사내이사였던 배진한 상무(경영지원팀장)는 통합법인 이사회에서 빠진다. 2일 첫 이사회에서 정해질 이사회 의장에는 최치훈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실제 두 회사 합병을 통해 사업 시너지 효과를 얼마나 낼 수 있느냐다. 삼성그룹이 5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을 발표한 뒤 엘리엇 등 반대 주주 측은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주요 공격 타깃으로 삼았다. 삼성물산은 이에 대해 지난해 33조7000억 원이었던 매출액이 시너지 효과에 힘입어 2020년에는 60조 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먼저 옛 삼성물산 및 제일모직의 건설부문이 이르면 연내에 통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의 공격으로 실질적인 구조개편 작업이 늦어졌지만 합병의 명분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유사 사업군 통합작업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으로서는 삼성물산이 최대주주(51.2%)가 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파른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바이오사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 4개부문 대표 체제… 2일 이사회 의장 선출 ▼

통합 삼성물산 1일 출범

삼성그룹은 바이오로직스가 지분 90.3%를 보유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내년 상반기(1∼6월)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오에피스는 최근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등 4곳을 공동 주간사회사 및 자문사로 선정해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증권시장 환경이 내년 상반기에 양호할 것으로 낙관하긴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부진에 빠진 미 증시가 바이오에피스 상장 시점까지 회복되지 않을 경우에는 IPO 시점을 연기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물산이 해소해야 할 마지막 리스크는 지난해 발표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통합법인 출범 후 6개월 내에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으로 인해 삼성그룹 내에서는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화재가 각각 삼성물산 지분을 4.8%, 2.6%, 1.4% 보유하는 새로운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만들어졌다. 삼성물산도 이 회사들의 지분을 가진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의 지분을 갖고 있어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그룹 내 계열사 간 합병으로 인한 신규 순환출자 고리도 규제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검토 중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1일 보고서를 통해 “아직은 신규 순환출자에 대한 정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지만 삼성전기가 가진 삼성물산 지분 2.6%는 조기에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삼성물산#지주회사#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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