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 검은 뒷돈, 외국社도 가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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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골프관광-논문 번역료 빙자 현금… 리베이트 받은 536명 적발
쌍벌제 시행 5년… 약발 없어

번역료 명목의 현금, 해외 골프관광 등을 제공받거나 미리 돈을 지불해놓은 술집에서 공짜 술을 마시는 등 제약업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536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서부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은 의료기기나 의약품을 판매하며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A제약업체 영업이사 손모 씨(46), 외국계 의료기기 회사인 B사 한국지사장 김모 씨(46) 등 7명과 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챙긴 김모 씨(48) 등 의사 4명을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수사 결과 손 씨는 2010년 9월∼2011년 6월 의사 461명에게 500여 차례에 걸쳐 약 3억5900만 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손 씨는 의사들에게 논문 번역료나 시장조사 응답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꾸며 리베이트를 제공했지만 정작 의사들은 번역과 시장조사 등을 하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수사에서는 외국계 기업도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기소된 B사 한국지사장 김 씨는 2014년 10월부터 올 2월까지 정형외과 의사 63명을 태국 방콕과 미국 하와이 등지로 데려가 골프관광을 시켜주는 등 총 2억1000만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B사는 미국계 의료기기 판매업체로 한국과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19곳에 지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다.

2010년 11월부터 리베이트 제공자뿐만 아니라 이를 받은 의사도 처벌하는 이른바 ‘쌍벌제’가 시행됐지만 의사들의 리베이트 수수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소된 의사 김 씨는 국내 유명 대학병원에서 일하며 특정 의약품을 처방해 주는 대가로 7개 제약회사 관계자들로부터 2000여만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미리 결제해 놓은 업소에서 공짜로 술을 마시거나 아예 신용카드를 건네받아 쓰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536명을 적발한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난 사례 등을 제외한 339명의 명단을 보건복지부 등 담당 기관에 통보해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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