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나이 많고 혈압 높으니 가입 사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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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 가입 실손보험 축난다]月 보험료도 60대가 30대의 3배
고령자 가입 꺼리는 보험사들

주부 정모 씨(57)는 최근 실손의료보험의 필요성을 크게 느꼈다. 얼마 전 언니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는데 암 보험은 물론이고 실손보험도 들어 둬 그나마 의료비 걱정은 덜었기 때문이었다. 몇 년 전 실손보험에 가입한 정 씨는 이번 기회에 남편(57)도 가입시켜야겠다는 생각에 한 보험사에 전화를 걸었다가 곧바로 퇴짜를 맞았다. 남편이 B형 간염 보균자(비활동성)이고, 혈압도 높아 가입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정 씨는 “간염 보균자라고 보험에 전혀 가입할 수 없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노후에 치료비 문제로 자식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릴 만큼 실손보험 가입자가 늘었지만 고령자들의 가입률은 턱없이 낮다. 보험사들의 약관은 대체로 0∼65세인 사람을 가입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3년 말 현재 60세 이상 인구의 실손보험 가입률은 17%다. 60세 미만(64.5%)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이다.

가뜩이나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 비율)이 높아 실손보험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보험사들이 한때 질병을 앓았거나 각종 성인병을 안고 있는 고령자들의 가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이 고령자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상품이어야 하는데 정작 나이가 들면 가입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나이가 들수록 급속히 높아지는 보험료도 고령자 가입률을 낮추는 요인이다. 단독형 실손보험의 경우 60대 남성 가입자의 월평균 보험료는 3만 원대로 1만 원 안팎인 30세 가입자의 3배 수준이다.

정부가 지난해 8월 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 50∼75세만 가입할 수 있는 ‘노후실손보험’을 내놨지만 1년간 9581건이 판매되는 데 그쳐 성과가 신통치 않다. 보험료를 기존 실손보험의 70∼80% 수준으로 낮추자 보험사들이 판매를 꺼린 탓이 컸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노년유니온 등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노후실손보험 가입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고령자 106명 중 75명(70.7%)이 노후실손보험 가입이 거부됐다.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국민 의료비 부담은 나날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 65세 이상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322만 원에 달한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자기부담금 수준과 보장 내용을 다양화해 실손보험 가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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