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웃도는 전세금… 2기 신도시의 ‘배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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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앞둔 위례-동탄2 가보니 전세난 해소 ‘보루’ 역할 못해

아직 입주도 시작되지 않은 위례, 동탄2신도시 등 수도권 2기 신도시에서 전세난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입주를 앞둔 위례신도시의 모습.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아직 입주도 시작되지 않은 위례, 동탄2신도시 등 수도권 2기 신도시에서 전세난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입주를 앞둔 위례신도시의 모습.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얼마 전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주부 박모 씨(43)는 9월 입주를 앞둔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아파트에 전셋집을 구하러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전세 물량이 드문 데다 전세금 시세도 지금 살던 집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박 씨는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초기 신도시에서 싼값에 전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상은 달랐다”며 “할 수 없이 수지구의 아파트를 반전세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위례신도시, 동탄2신도시(경기 화성시) 등 아직 공사가 한창인 2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 전부터 ‘전세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반기에 대규모 입주가 예정된 2기 신도시는 수도권 전세난을 일부나마 해결할 ‘마지막 보루’로 꼽혔지만 전세 물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입주 예정인 일부 단지에서는 전세금이 분양가에 육박하거나 분양가를 뛰어넘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동탄2신도시에서는 10월에 입주하는 아파트의 전세 문의가 5월 초부터 들어왔다. 8∼10월 아파트 3400여 채의 입주가 예정된 동탄2신도시는 수도권에서 하반기 입주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동탄2신도시 내 동탄역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하루에 들어오는 10여 건의 문의 중 7건은 전세 문의”라며 “서울 등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신도시로 밀려들고 있다”고 밝혔다.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금도 뛰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에 입주하는 화성시 청계동 동탄역더샵센트럴시티 전용 84m²형의 최근 전세금 시세는 2억6000만∼2억8000만 원이다. 지난달 초 시세(2억5000만 원)보다 1000만∼3000만 원 올랐다. 7월 말 입주한 청계동의 호반베르디움2차 전용 59m²형 전세는 분양가(2억5000만 원) 수준인 2억3000만∼2억6000만 원에 계약되고 있다.

다른 신도시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올해 10월∼내년 1월 입주를 앞둔 위례신도시 아파트들의 분양가 대비 전세가율은 80% 안팎으로, 8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율(70.9%)을 넘어섰다. 11월 입주하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래미안위례신도시 전용면적 101m²형 전세는 7월 말부터 분양가(약 6억8000만 원)의 81% 정도인 5억5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12월 완공을 앞둔 창곡동 위례부영사랑으로 전용 85m²형은 전세금 호가가 최고 5억5000만 원으로 분양가(5억5400만 원) 수준에 육박한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주변의 장지동(서울 송파구) 아파트만큼 전세금을 받고 싶어 해 호가를 계속 올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판교신도시(성남시 분당구)에서는 전세금이 분양가보다 1억 원 이상 높은 아파트도 등장했다. 11월 완공되는 판교신도시의 주상복합아파트 알파리움 전용 96m²형 전세 시세는 분양가(약 6억6000만 원)보다 최대 1억4000만 원 비싼 7억5000만∼8억 원이다. 같은 전용면적의 주변 아파트 전세금 시세(7억∼7억5000만 원)보다도 비싸다.

전문가들은 “새 아파트에서 전세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옛말”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입주가 임박한 단지에는 기존 아파트보다 전세 물량이 많다.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려는 집주인들이 한꺼번에 전세 매물을 내놓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1%대의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완공을 앞둔 단지에서도 집주인들이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수도권 주택의 전월세 전환율(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의 비율)은 7.0%로 기준금리(1.5%)의 4배 이상이다. 집주인에게는 전세 보증금을 은행에 맡기는 것보다 월세를 받는 것이 이득인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새 아파트 전세금이 주변보다 낮다면 완공 전에 계약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지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도 “2기 신도시에서 전세를 구하려면 서둘러야 한다”며 “다만 계약 당사자가 실제 분양권 소유자인지 등을 건설사에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남권우 인턴기자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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