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위해 과일 사가던 70대, 음주 뺑소니에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0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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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8시 반 광주 북구 태령동의 한 도로. 약 1시간 전 부인(69)과 통화하며 “좋아하는 과일을 사서 가고 있다”고 말한 A 씨(72)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의 손에는 한 시장에서 구입한 포도와 바나나 빵이 들려 있었다. 전남 담양군에 사는 A 씨는 거동이 불편한 부인을 위해 자주 광주에 나와 장을 봤다.

시장에서 타고 온 버스에서 내려 자신의 오토바이 쪽으로 향하던 순간 광주에서 담양 방면으로 가던 1t트럭이 A 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마침 반대편에서 승용차를 몰고 가던 B 씨(43)가 ‘꽝’하는 교통사고 소리를 들었다. B 씨는 차량을 세운 뒤 사고 현장으로 다가갔다. 트럭에서 내려 현장을 둘러보던 가해 운전자는 B 씨를 보자 그대로 달아났다.

B 씨는 손전등을 가져와 흔들며 2차 사고를 막았다. 다른 운전자 2명이 그를 도왔다. 119구급대가 사고현장에 도착해 A 씨를 전남대병원으로 후송했지만 다음 날 숨졌다. 경찰은 현장탐문과 CC(폐쇄회로)TV 8대를 분석해 담양 자택에 숨어있던 김모 씨(50)를 붙잡았다. 김 씨는 검거 직후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처벌이 두려워 달아났다”고 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30일 음주운전으로 A 씨를 숨지게 하고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로 김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는 사고 직전 인근 음식점에서 친구와 소주 3병을 시켜 1병을 마신 뒤 혈중알코올 농도 0.119%상태에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경찰에서 “A 씨를 숨지게 한 것에 정말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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