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지배하는 로봇, 진화하는 인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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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3.0/피터 노왁 지음·김유미 옮김/332쪽·1만5000원·새로운현재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 등장하는 터미네이터 T-800. 동아일보DB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 등장하는 터미네이터 T-800. 동아일보DB
기계에 의한 인류의 디스토피아를 그린 대표적 영화는 ‘터미네이터’. 기계가 핵폭탄으로 인간을 거의 절멸시키고 남은 소수의 저항군도 없애려고 한다는 줄거리는 여러 속편에서도 변함없다. 그러나 인간의 편이 되는 구형 터미네이터 T-800이 없었다면 영화 속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기술의 발전은 이런 의구심을 낳는다. 현실에서 기계 혹은 기술의 발전이 이런 암울한 미래를 가져오지 않을까. 2045년 인간의 지능까지 뛰어넘은 기계가 무력한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저자는 현재의 인류(자연을 통제하는 3.0 시대)가 앞으로 맞이할 기계의 시대에 대해 무한 긍정의 설명을 내놓고 있다.

기계의 시대가 본격화하면 당장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 중국 베이징 음식점에는 국수를 가늘게 잘라내는 ‘누들봇’이 들어섰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병원에선 컴퓨터가 처방전을 받고 로봇이 약을 포장해 제공한다. 21세기 말에는 현재 일자리의 4분의 3이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계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속도를 앞지른다. 결국 이는 중산층의 몰락과 부의 집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이 같은 노동의 소멸을 창업이 대신한다고 본다. 창업이 첨단 아이디어를 가진 소수의 전유물이던 시대가 가고, 지금의 노동처럼 보편화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과거 역사에서 수없이 반복돼 온 것이다. 불평등이 급증하고 기업가들이 부를 독점하고 노동자들은 고통에 시달린다. 그에 대한 반발로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정부는 교육과 복지를 제공한다. 저자는 이와 유사한 메커니즘이 로봇과 창업이 보편화되는 시대에 적용될 것이라고 본다.

이 책은 기술 진보와 관련해 일자리뿐 아니라 건강 예술 섹스 정체성 종교 행복 등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낙관적 견해를 제시한다. 저자는 기술 발전에 의한 세계화와 개인주의가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공존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것은 정해진 길이 아니라 우리의 노력으로 달성된다는 것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휴먼 3.0#터미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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